재건축 이슈 지역 매매·전세물량 씨말라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정부가 '세금 폭탄'을 투하하면 시장에 매물이 대거 나올 거란 예상은 완전 빗나간겁니다. 다주택자들은 일단 버티고 보자는 분위기가 강해 되레 매물은 감소하고 하고 있어요. 3~4월까지만 해도 간간히 물량이 나왔는데 집주인들이 기존 물량을 거둬가면서 아파트 매물은 씨가 말랐어요."(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S공인중개 대표)
"대부분 재개발 추진을 하고 있는데 누가 집을 내놓겠어요. 지금 집을 내놓으면 바보라는 소릴 들어요. 올해 납부해야 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은 있지만 은행 신용대출로 어떻게 해보려고요."(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아파트 다주택자 최모 씨)
[서울=뉴스핌]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 전경.[유명환 기자] 2021.06.01 ymh7536@newspim.com |
이달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서울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양도세 중과 시행으로 인해 거래 절벽 현상이 더욱두드러지는 분위기다.
◆ 종부세 중과와 양도세 인상에도 꿈쩍 않는 집주인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2·4대책 이전 수준으로 복귀했다. 여기에 아파트 매수심리마저 갈수록 강해지면서 집값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로 6월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더 심해지고, 정부의 단기 공급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만큼 집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감이 높아진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에서 만나 N공인중개 대표는 "여의도 시범 아파트가 재건축 기대감으로 집값 상승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매물 자체가 워낙 귀하다 보니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집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며 "매수 문의는 꾸준한데 매물이 없어 실제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에서 중소형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하는 데 필요한 돈이 평균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KB국민은행 리브브동산이 발표한 KB월간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8658만원으로, 2년 전 대비 42.1%(2억9237만원) 증가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2021.04.27 mironj19@newspim.com |
◆ 다주택자 버티기 돌입…"물량 잠김 현상 두드려져"
부동산업계는 다주택자들이 대부분 버티기 모드로 전환해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파구 잠심주공 아파트 인근 H공인중 대표는 "최근 잔금 완납 조건을 내건 매물도 쏙 들어갔다"며 "매도 의향이 있는 다주택자도 주변 시세 수준 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고 매수의 향이 있는 손님들도 급매에만 관심을 보이지 다른 매물에 대해선 손사래를 친다"고 말했다.
강남과 서초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인근 G공인 대표는 "거래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매도 호가는 기존 최고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고 급매물 출회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아파트 인근 C공인중개 대표는 "이달부터 시행되는 보유세 인상에도 일단 버텨보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났다"며 "지난달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이 최근 매물을 거두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세와 매매물량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거래 절벽 현상은 서울 전 지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지난해 12월 7527건에서 올해 1월 5776건, 2월 3865건, 3월 3758건으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거래량은 2198건으로 떨어졌다.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 남았지만, 거래량이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송파구 잠실 주공아파트 상가 T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 매물은 현재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5월 말까지 살 테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자기는 버티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고 최근 거래도 더욱 줄어들면서 이 지역에서 휴폐업하는 부동산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 강남3구 물량 잠김현상 심화, 매맷값 상승 불가피
물량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맷값은 상승세다. 부동산원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4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0.10% 상승하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 지난주 2·4대책 발표 이후 15주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0.1%대 상승을 이어간 것이다.
재건축 단지의 집값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역별로 노원구가 0.21% 올라 7주 연속 서울에서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서 빠진 노원구는 상계동과 중계동 재건축 단지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올랐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06.01 ymh7536@newspim.com |
서초구(0.18%)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인근 지역인 반포·서초동 중심으로 상승세가 지속됐고, 송파구(0.16%)는 가락·문정동 위주로 신고가 거래됐다. 강남구(0.13%)는 도곡·개포동 중대형 위주로 오름세를 보였다. 양천구(0.10%)·영등포구(0.09%)는 목동 신시가지와 여의도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세를 지속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강남권은 재건축 단지 위주로, 강북권은 개발 호재 있는 노원·도봉구 위주로 오르며 지난주 상승폭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낸 것도 강남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인근 P공인중개 대표는 "지난해 6·17 대책 발표 이후 '재건축 아파트 실거주 2년' 요건이 생기면서 집주인들이 세입자와의 중도에 계약을 종료해 자신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매매와 전세물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재개발 이슈가 나온 이후 집을 내놓겠다는 집주인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반면 집을 매수자와 전세를 찾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가격을 보고 돌아서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면적 245.2㎡의 매매가격은 조합설립 인가 직전인 지난달 2일 80억원(11층)에 거래되며 6개월 전 67억원(9층)보다 매맷값이 13억원 뛰었다. 이 거래는 최근 재건축 시장의 과열을 상징하는 거래로, 서울시가 이상 거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실정이다.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전용 220.55㎡는 이달 10일에 1년 5개월 만에 거래가 이뤄지며 신고가인 35억원(18층)에 매매됐다. 직전 거래와 비교하면 12억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역시 지난 1년여간 집값 상승세가 얼마나 가팔랐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수급불균형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반기에 대선 이슈가 부각되면 개발 호재와 규제 완화 등이 맞물리면서 아파트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달 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이후 거래 절벽과 입주 물량 부족으로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세제와 대출 등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서울 집값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와 양도세 인상을 앞두고 버티기와 매도, 증여의 세 갈림길에서 서울·강남의 다주택자 다수가 증여로 돌아서거나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최근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자 부유층이 자녀에게 서둘러 집을 마련해주려 강남 아파트 증여에 나선 경우가 있고 고령의 다주택자 가운데는 종부세 증세 부담을 피하려 절세형 증여에 나선 경우도 있다"고 말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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