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산아정책 '계획생육' 사실상 폐지
3자녀 정책 시행으로 출생률 증대 나서
저출산 노령화 대응, 인구 구조개선 기대
[뉴스핌 베이징 = 최헌규 특파원]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 신중국 건국 초기 '인구가 국력' 이라며 아이를 많이 낳아 애국하고 출산을 독려했다. 낙태는 법으로 철저히 금지됐고 피임 약은 수입 제한 품목으로 분류됐다. '부자가 되려면 씨앗을 뿌리고 농사지을 인구가 많아야 한다'. 당시 전국 방방곡곡에 다산을 권장하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하지만 한 세대, 근 30년만에 세태가 달라졌다. 중국사회는 1970년 대 말 부터 인구압력에 직면한다. 1980년 어느날 관영 신화사 통신이 사설을 통해 인구폭발의 대재앙을 경고한 뒤에는 인구정책이 출산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180도 바뀐다.
당국은 엄격한 산하제한 정책(計劃生育, 한자녀 정책)을 시행, 제발 아이를 덜 낳으라고 호소했다. 이미 한 자녀를 둔 집안에 대해서는 불임 시술을 강제하거나 임신했을 경우 강제로 낙태 수술을 시켰다. 중국 전역에 '사오성콰이푸(少生快富, 적게 낳아 빨리 부자되자)'라는 구호가 메아리 쳤다.
계획생육에 관한 당시 자료에는 마을마다 5호 담당제같은 기구를 조직해 각 가정의 임신상황과 초과 출산을 감시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심지어 아이를 낳으려면 촌 진 현 등 행정당국에 임신 계획서를 신청한 뒤 허가를 받아야했다.
촌 진 현 등 행정 당국은 상급기관으로 부터 인구 증가 상한(티오)을 할당받아 범위내에서 인구 수를 관리해야했다. 당연히 '임신 신청'을 해도 허가가 이듬해 이후로 미뤄지는 경우도 흔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이를 낳으려고 필사적이었다. 둘째를 임신한 부부들은 강제 낙태를 피해 식량을 짊어지고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이를 일컬어 '초성유격대(超生遊擊隊)'라고 했다.
둘째 셋째를 낳으려는 이유는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때문이었다. "아들 딸 구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딸도 대를 잇고 부모를 봉양할 수 있다'. 당국은 이런 구호를 앞세워 아들을 위해 초과 출산(超生)을 하려는 사람들을 계몽했다.
당국의 감시와 단속의 눈을 피해 요행히 아이를 낳아도 호적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당시 이런 아이들을 '헤이하이즈(黑孩子)'라고 불렀다. 이런 인구가 수천만 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법과 체제 보호 밖에서 유민(보트피플) 처럼 지내야 했다.
2010년대 들어 또다시 세상이 변했다. 도시든 농촌이든 아이울음 소리가 뚝 끊겼다. 인구절벽이 중국 최대 국가 리스크로 떠올랐다. 중국은 2014년 이후 산아제한 한자녀 정책을 완화했다. 2016년 부터는 두자녀 정책을 시행하고 나섰다. 하지만 신생아 증가율은 계속 하락했다.
저출산 노령화의 인구함정은 중국 공산당 앞에 가로 놓인 가장 심대한 도전으로 떠올랐다. '저출산 망국론'이 제기되면서 예전 신중국 성립 초기 마오쩌둥 시대처럼 다시 '출산으로 애국하자'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두자녀 정책 이후에도 인구 증가율이 계속 하락하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은 5월 31일(2021년) 시진핑 총서기(국가주석)가 주재한 회의에서 세자녀(3자녀) 정책 시행을 결정했다. 2자녀 이상 가구가 드문 현 실정을 감안할 때 사실상 1980년 도입된 계획생육(산아제한)의 전면 폐지를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사회에선 6월 1일 중국 '어린이 날'을 앞두고 나온 이 정책이 '어린이날 감짝 선물'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선물'이 신생아 증가에 얼마나 '약발'을 낼지는 미지수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은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
출산 감소의 원인은 모두 경제 부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출산 애국'을 강조하면 사람들은 높은 집값과 육아 비용 때문에 아이들 낳을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가임 연령 여성 인구수와 여성들의 출산 의욕은 지난 2011년 이후 연속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출생 인구(신생아수)는 2020년 1200만 명으로, 2018년 1523만명 2019년 1465만명에 이어 계속 감소추세다. 출생률 하락으로 노령화가 가속화하고 노동 연령인구(16세~59세)도 10년 가까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은 노령화와 성장 동력상실, 청년층의 노인 부양 압력 등 사회문제에다 혁신과 역동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5% 대 이하 중저속 성장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애서 시진핑 총서기가 직접 독려했지만 세자녀 정책이 노령화 속도 완화와 인구구조 개선에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앞서 2016년 두자녀 허용 정책에도 인구 증가율은 잠깐 개선 조짐을 보이다 재차 하락세로 돌아섰다. 출산은 구조적 사회문제여서 인위적으로 추세를 바꾸기가 쉽지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연평균 성장률 9.8%, 중국의 개혁개방 40년 장기 초고속 성장은 '인구 보너스'의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중국 기적'을 낳았던 저 비용 인구 보너스가 빠르게 소멸되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조립 공장이 중국에서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으로 옮겨간 것이 단적인 다.
중국 1인당 GDP는 2019년과 코로나의 해인 2020년 연속 1만달러를 상회했다. 도시경제는 눈부시게 성장하고 나라는 부유해졌지만 인구의 절반 7억명의 농민 생활은 여전히 팍팍하다. 중국은 2035년 선진국 진입을 목표하고 있는데 그앞에 놓인 인구함정의 허들을 3자녀 정책이 얼마나 완화해줄지 주목된다.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