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유족 85명, 2015년 일본기업 상대 소 제기
"사실관계 다툴 기회 달라" vs "지금까지 무대응"
재판부 "오래 기다렸다…전합 판결 따라 선고할 것"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들에게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린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 첫 재판이 6년 만에 열렸다. 법원은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내달 선고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28일 오전 11시 송모 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 닛산화학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고 변론을 종결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장덕환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 회장이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에게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1.05.28 shl22@newspim.com |
앞서 2015년 소 제기 이후 소송에 응하지 않던 일본 기업 측은 뒤늦게 대리인을 선임했고 이날 재판에 출석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 두 번이나 갔다 온 사건이고 법률문제와 사실관계가 이미 정리돼있다"며 "예정된대로 변론을 종결하고 내달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8년 10월 고(故) 여운택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들에게 1억원씩 지급하라"며 최종적으로 피해자 측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일본 기업 측은 "법률적 쟁점은 전합 판례가 있으니 재판부가 판단하면 되지만 사실관계 문제는 (원고) 주장 자체가 부실하다"며 사실관계를 다투겠다고 했다.
다른 기업 측도 "오늘 첫 기일이고 아직 충분한 주장을 못한 상태"라며 "대법원에서 판단하지 않은 쟁점들을 정리해서 말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형식적 답변서만 제출하고 지금까지 대응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이어 "강제징용 피해를 입증할 자료는 이미 충분하다"고 했다.
재판부도 "오래 기다렸다"며 곤혹스럽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내용은 서면으로 제출해달라고 했다.
이날 재판이 끝나자 방청석에서는 일본 기업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을 향한 피해자와 유족들의 원성이 쏟아져 나왔다.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전국연합회 회장은 "보상이나 사과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다시 다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민들이 끌려가 그 고통을 당했는데 변호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 모습이 분노를 자아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강제동원은 사실이고 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송 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 85명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기업 공장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했다며 2015년 5월 기업들을 상대로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이 소송에 응하지 않으면서 첫 변론기일은 계속 열리지 못했고 재판부는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소송사실을 알린 뒤 변론기일과 선고기일을 잡았다. 이에 일본 기업들은 뒤늦게 국내 대리인을 선임하고 대응에 나섰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번처럼 많은 기업들을 상대로 한 번에 소송을 낸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은 오는 6월10일 오후 1시30분에 열린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