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에도 수출 중심으로 생산
4월 18만8293대 수출...2019년 대비 3만4952대↓
차량 출고 지연에 내수 위축 우려도
[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지엠(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의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6월에도 이어진다. 5월은 현대차 울산·아산공장 등 일부 생산 라인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소비자에게 인도될 차량 출고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쏘나타와 그랜저를 생산하는 현대차 아산공장은 이날 생산을 재개했다. 이 공장 일부 생산 라인은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해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가동을 멈췄다. 사흘간 생산 차질 규모는 3096대다.
아산공장 생산을 재개했으나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과 동시에 반도체 수급을 위해 협력사들과 함께 나서고 있는데도 일부 생산 라인이 일시 중단되고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산공장 외에 울산공장 생산 라인도 수시로 멈춰 생산 차질이 생기고 있다. 지난 17~18일 신형 투싼과 수소차 넥쏘를 생산하는 울산 5공장 52라인이 가동 중단됐으며 18일 하루 동안 아반떼와 베뉴를 만드는 울산3공장도 서버렸다. 앞서 이달 6~7일 울산4공장 포터 생산 라인이 멈췄다.
이와 함께 기아 소하2공장은 에어백컨트롤유닛(ACU) 등 반도체 수급난으로 지난 17~18일 스토닉 등을 생산하지 못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반도체 수급난 타격을 받은 한국지엠은 2월부터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줄인 데 이어,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도 50% 감산했다. 스파크를 생산 중인 창원공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생산 차질 6만대,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2만5000대 등 총 8만5000대의 손실을 입게 됐는데 이는 한국지엠 연간 완성차 전체 생산량 36만8453대의 23% 비중이다. 올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 규모는 부평·창원공장을 합해 약 2만5000~3만대로 추산된다.
현대차 서울 양재동 사옥 [사진=현대자동차] |
완성차 업계는 반도체 수급난에 수출 중심으로 생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2.8% 증가한 18만8293대를 기록한 반면 내수는 3.8% 감소한 16만1097대에 그쳤다. 수출 증가는 코로나19로 인한 기저 효과로 풀이된다. 2019년 4월에는 22만3235대의 자동차를 수출했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정만기 회장은 "단기적으로는 주력 수출시장의 V자 회복에 대비해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52시간 근무 유예, 탄력적 근로시간제 한시적 확대 및 요건 완화 등 생산 유연성을 제고하는 한편, 개소세 30% 감면과 하이브리드차 개소세·취득세 감면 연장 등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의 정책적 유연성 발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국내 소비자에 대한 차량 인도 지연에 내수 위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차량 계약자들이 오랜 대기 기간 탓에 계약을 취소하는 일이 영업현장에서 벌어져서다. 현대차·기아·제네시스 인기 차종은 소비자들이 차를 받기까지 3~6개월 걸린다. 모델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으나 통상 제네시스 GV70 3개월, 투싼 6개월, 포터 5개월 등 소요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부사장)은 현대차 계약자에게 우편으로 사과문을 발송했다. 유 부사장은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과 부품사들이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차는 반도체 소싱 대체 공급사를 발굴하고, 생산 운영 효율화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고객님께 차량을 인도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공급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답이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해외 반도체 제조사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 요청에 나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