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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이 기회다] '지역·환경·사람' 갖춰진 군산...청년이 세운 로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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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쇠락 도시에서 로컬 혁신의 무대로 재조명
제조·서비스 결합...술과 목욕·도자기 전통 재발견
청년이 이끄는 도시 변화..."개방성이 경쟁력 만든다"

◼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전북 군산①>

현재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멸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다. 지역 균형 발전, 지방 소멸 대응 기금, 지방 시대 등 소멸 위기 대응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 왔지만, 지방 소멸은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뉴스핌은 지역의 특성에 가치를 더해 혁신을 이끌어내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한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전국 곳곳에서 경제적 활성화와 새로운 생활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청년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성장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로컬 전문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함께하고 있는 뉴스핌의 <로컬이 기회다 - 로컬올래> 시리즈는 한 사람에서 마을 공동체, 지역 공동체로 확산되면서 지역의 활력을 이끌고 있는 로컬크리에이터의 도전과 성장기를 담아낸다. 바로 지역의 가치와 사람, 혁신과 창조의 이야기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따져본다. 현장과 학계, 로컬 전문가 등의 제언을 들어 로컬 상생의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한다. 또한 미국 포틀랜드, 프랑스 리옹 등 해외 로컬크리에이터 선진지의 현실과 전략, 미래 비전을 조명해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전북 군산은 오랫동안 '쇠퇴 지역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쌀 수탈의 거점 항구였고 해방 이후에는 조선업과 자동차산업이 도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으나 글로벌 산업 재편과 구조조정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대기업이 잇따라 철수했고,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인구는 줄고 골목은 텅 비었으며 한때 '문화·산업도시'의 자부심으로 가득했던 항구 도시는 침체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웠다.

하지만 군산은 무너진 문화·산업 유산만 남겨둔 채 주저앉지는 않았다. 쇠락한 항만, 근대·일본식 건축물, 폐허로 남은 공장은 문화 공간과 창업 거점으로 탈바꿈하며 청년 창업가들의 무대가 됐다. 낡았던 도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실험이 차곡차곡 쌓이며, 군산은 이제 '쇠퇴의 도시'에서 '로컬 혁신의 실험장'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동백대교가 한 눈에 들어오는 군산내항 전경.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지역·환경·사람'이라는 세 가지 축에서 나온다. 지역이 가진 역사와 장소성, 자연환경이 주는 독특한 정체성 그리고 이를 다시 해석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맞물리면서 군산의 미래를 열고 있다. 특히 청년 창업가와 문화 기획자들이 주축이 되어 '군산만의 색깔'을 되찾고 확장하는 흐름은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뉴스핌>은 지난 8월초 로컬 전문가인 성신여대 채지민 교수와 2025년 로컬브랜드 창출팀(전남 나주시)으로 선정된 ㈜컬쳐네트워크 윤현석 대표와 함께 전북 군산 현장을 찾았다. 쇠퇴와 변화의 경계선에 선 이 도시가 어떻게 '로컬 생태계'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가고 있는 지 흑화양조와 모락, 카페 룩투, 청년뜰 등 현장을 탐방하며 로컬상생의 길을 물었다.

◆ 술과 목욕이 만드는 '군산 로컬'의 맥락...흑화양조·모락

군산의 오래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한쪽에는 은은한 막걸리 향이, 다른 쪽에는 따뜻한 물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맞아준다. 술과 목욕, 얼핏 어울리지 않는 두 콘텐츠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공간은 바로 조권능 대표가 운영하는 흑화양조와 모락이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조권능 흑화양조 대표가 대표 상품인 '군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조 대표는 군산 토박이다. 청년 시절 잠시 서울에서 생활했지만, 결국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역을 바꾸지 못하면서 다른 도시를 바꾸려는 건 모순"이라며 군산에 대한 애증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 애증은 '지역 생산기지'라는 철학으로 응축됐다. 로컬은 단순히 색깔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내는 생산의 현장이라는 게 그의 정의다.

흑화양조는 그 철학의 시작점이었다.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군산이라는 도시의 이야기를 담았다. 양조장은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잇는 거점이자 협업의 장이 됐다. 조 대표는 말랭이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양조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고, 파전과 홍어무침을 곁들인 판매로 시너지를 냈다. 이 '주민 참여형 관광 콘텐츠'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지역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자리와 자부심을 선물했다.

이후 그는 '술을 마시는 경험'을 확장하고자 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모락이다. 전통 대중목욕탕의 틀을 벗고 코로나 이후 비대면·프라이빗 트렌드에 맞춘 목욕 공간이다. 술 테마를 입힌 모락은 '모루수'를 활용해 탕 안에서 힐링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여행객들은 군산을 걷다 지친 발걸음을 이곳에 들여, 온천 같은 물에 몸을 담그고 흑화양조의 술을 곁들인다.

조 대표는 이를 '술이 있는 마을'이라는 큰 그림 속 한 조각이라고 말한다. "지역에 다양한 경험과 공간이 생기면 그 맥락 속에서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그의 비전은 단순히 흑화양조와 모락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결합해 지역이 외부 대기업 의존 없이도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로컬은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그의 말은 단순한 이상론이 아니다. 술과 목욕이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군산에서 이미 그 가능성이 증명되고 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프라이빗 목욕탕 모락 입구에는 '시간이 잠시 멈춘 술과 물의 공간'이라는 글귀가 적혀져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 군산의 로컬 생태계...그 가능성과 한계

군산은 근대 유산과 바닷길, 그리고 독특한 골목 문화를 품고 있지만, 산업 구조의 급격한 변화라는 시련을 겪어왔다.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쇠퇴로 인구 유출이 이어졌고 새만금 개발이라는 거대 프로젝트도 지역의 산업 기반을 단단히 지켜주진 못했다.

조권능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외부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가진 필연적 한계"로 본다. 인건비와 산업 트렌드에 따라 기업은 떠나지만, 지역은 남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향토 산업'을 중심으로 한 자생 모델을 강조한다. 외부 자본이 아닌, 지역 주민과 청년이 직접 만들어내고 가공하며 시장을 키우는 방식이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조권능 대표가 운영하는 흑화양조장 전경.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제조와 서비스의 결합이다. 단순 판매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 제조 과정 자체를 콘텐츠화해 관광·체험과 연결시키면, 수익이 지역 안에 머무르고 재투자된다. 흑화양조와 모락이 바로 그 실험의 사례다. 제조(양조)와 서비스(목욕·체험)가 결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가능성만큼 한계도 명확하다. 조 대표는 "로컬 생태계는 소비 속도가 빠르고, 구조 자체가 소모되기 쉽다"고 지적한다. 제조 기반이 약하면 콘텐츠는 금세 소멸하거나 모방된다. 이를 막기 위해선 품질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 전략과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특히, 청년층이 지역에 남아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는 청년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로컬은 기획의 장이다. 수도권은 기회가 많지만 경쟁도 치열하다. 로컬은 오히려 이상을 실현할 여지가 많다. 여기를 기회의 땅으로 생각해도 좋다."

군산의 로컬 생태계는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그러나 흑화양조와 모락에서 시작된 실험이 지역 제조와 서비스 융합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는다면, 이 도시는 '떠나는 곳'에서 '머무는 곳'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 도자기 굽는 손...군산 로컬 문화를 빚다

군산 구도심에 자리한 카페 '룩투(LOOKTOO)'는 단순히 음료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청년 창업과 문화 교류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예가 출신 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도자기와 커피, 체험과 일상을 결합해 지역민과 방문객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성장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박미선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 '룩투'에서는 커피, 빵은 물론 직접 구운 도자기와 피자까지 경험할 수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박 대표가 군산에 터를 잡은 건 대학 시절 도예 전공 때문이다. 처음엔 학업을 위해 머물렀지만 "군산은 시골도 도시도 아닌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며 정착을 결심했다. 문화생활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던 도시가 외부인의 눈에는 오히려 빈티지한 매력으로 다가왔고, 그 경험이 창업의 동기가 됐다.

'도자기 한 점이 나오기까지는 17번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한 박 대표는 그 과정을 알리고 싶어 카페를 시작했다. 룩투에서는 직접 만든 도자기를 전시·판매하는 것은 물론, 도자기 굽기와 피자 만들기 체험을 함께 제공한다. 그는 이를 "아침에는 피자를 굽고 밤에는 도자기를 굽는 공간"이라고 소개하며, 체험을 통해 지역 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룩투'의 이름에는 스누피 만화 속 대사인 '오늘을 살고 내일을 기대하다'라는 철학이 담겼다. 박 대표는 "저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다"며 "군산과 타지, 세대와 세대를 잇는 연결의 매개체로 공간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컬크리에이터'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원래부터 있던 단어가 아니기에 바뀔 수도 있다"면서도, "예전 마을 이장이 마을을 챙겼다면, 지금은 지역을 사랑하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리더가 로컬크리에이터라고 본다"고 했다. 실제로 구도심 아이들을 위한 미술대회, 청년 예술인의 전시 기회를 마련해주는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로컬 리더' 역할을 실천해왔다.

청년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박 대표는 짧게 답했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다. 주변 청년들을 보면 토박이일수록 이곳의 매력을 잊고 서울로만 향하는데, 정작 군산의 가능성은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실천으로 옮길 때 진짜 기회가 열린다."

◆ 청년이 만들어가는 도시, 군산...데이터와 현장에서 답을 찾다

지난 2018년 군산에 전국 최초로 청년+창업 복합센터인 '군산 청년뜰'이 문을 열었다. 이곳은 청년과 창업 지원 기능을 한 공간에 담으며 두 축을 전문화해 따로 운영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원팀으로 움직인다. 군산시 청년뜰 김진아 팀장은 이곳을 '지역 자원과 정책을 잇는 중간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청년뜰 김진아 청년지원사업부 팀장이 청년뜰 마스코트 뜨리, 고미와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군산 청년뜰이 3년 연속 '지역특화 청년사업'에 선정된 배경에는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가 있다. 특히 센터는 매년 1000명 규모의 군산 청년 실태조사를 직접 진행한다. 주거·창업·교육·문화여가 등 전 분야의 욕구를 조사하고, 통계청·지자체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다.

그 결과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일자리'보다 문화·여가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었다. 김 팀장은 "급여에 치중하기 보단 지역에서 여유를 느끼고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원하는 청년이 많아, 이 수요를 기반으로 사업을 기획했고, 그게 차별성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청년뜰은 지역 자원을 창업 아이템으로 연결하는 데 힘쓴다. 도소매·관광·식음료 분야 창업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팝업부스 운영, 백화점 협업, 박람회 참가 등 판로 개척 지원도 빼놓지 않는다.

흥미로운 건 군산 창업 생태계가 외부 청년 유입에도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 팀장은 "군산 출신이 아닌데 여행을 왔다가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과 매력적인 상점에 반해 이주한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서울 토박이 인턴이 군산을 선택해 정착한 경우도 있었다.

정착 과정에서 지역 커뮤니티와의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한다. 청년뜰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 주거 지원, 창업 기획자 발굴 등을 통해 관계망을 넓히고 있다.

군산뜰이 그리는 지역의 미래는 '청년이 원하는 도시'보다 '청년이 만들어가는 도시'다. 군산의 청년 인구는 줄고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 공공은 지원자가 아니라 기획자이자 플랫폼으로, 청년은 수동적 수혜자가 아니라 지역의 동력으로 자리 잡는 중이다.

◆ '레트로 감성' 살린 영화타운...시간의 흔적 위에 피어나는 새로운 이야기

군산 중심가 한켠에 자리한 영화타운 거리는 한때 전국에서 손꼽히는 번화가였다. 1970~80년대, 이곳에는 군산 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사람들도 발길을 모았다. 최신 상영관과 화려한 간판,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던 식당과 주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객과 연인들이 북적였고, 상영관 앞 포스터 속 배우들은 당대 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거리의 표정을 바꿔놓았다. 대형 멀티플렉스가 도심 외곽에 들어서고, 상권 중심지가 이동하면서 영화타운의 불빛은 하나둘 꺼졌다. 간판의 페인트는 벗겨졌고, 극장이 있던 자리엔 오래된 셔터만 내려져 있었다. 수십 년간 문화의 중심이었던 거리는 어느새 발길 뜸한 골목으로 변해갔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영화타운 2번 출입구 앞에서 채지민(왼쪽부터) 교수, 윤현석 대표, 조권능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하지만 최근 영화타운은 새로운 숨결을 맞이하고 있다. 낡은 건물 외벽에는 색이 입혀지고, 비어 있던 공간들은 카페·공방·갤러리 등으로 채워졌다. 이곳은 단순한 상권 재생이 아닌 '기억을 기반으로 한 로컬 리뉴얼'이라는 새로운 풍경으로 연출되고 있다.

이 거리를 안내한 조권능 대표는 "여기 오래 사신 분들도 그렇고, 새로 들어온 상인들도 다들 거리의 역사에 애정을 갖고 있다, 단순히 상업 공간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시절 영화타운의 정서를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짚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외형만의 복원이 아니다. 곳곳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거리 공연, 독립영화 상영 등은 군산 청년들과 외부 창작자들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주말이면 젊은 층이 찾아와 오래된 간판과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인근 로컬 숍을 탐방한다. 낡은 거리의 시간은 이제 '레트로 감성'이라는 새로운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 "군산은 텃세가 없는 도시예요"...청년들이 머무는 이유

군산 현장은 단순히 '청년 창업 지원'에 머무르지 않았다. 지역 자원과 문화, 그리고 사람을 연결하면서 새로운 청년 도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권능 대표는 군산이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을 꼽았다. 로컬크리에이터의 거점이 된 주요 이유로 외지인에 대한 큰 관심도, 배척도 없다는 점이다.

그는 이러한 개방성이 군산에 젊은 창작자들이 꾸준히 유입되는 주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산 곳곳에서는 외부에서 이주한 청년들이 로컬 숍과 창작 공간을 열고, 지역 자원과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군산 토박이와 외지 청년이 함께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문화는 이 도시의 재생 속도가 빠른 배경이기도 하다.

조 대표는 "사람이 바뀌면 거리도 변한다. 영화타운이 다시 살아나는 건 건물만 고쳐서가 아니라, 여기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산=뉴스핌] 오종원 기자 = 군산만의 독창적인 세신공간 '모락'에서 윤현석(왼쪽부터) 대표, 채지민 교수, 조권능 대표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08.17 jongwon3454@newspim.com

로컬 전문가인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는 군산 로컬 생태계에 대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청년 창작자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구조가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흑화양조, 카페 룩투, 청년뜰, 영화타운 등 공간은 단절된 개별사업이 아닌 느슨하게 연결되며, 잠재적으로 장기적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요소들"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청년에게 군산이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려면 주거, 창업, 문화 인프라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 전략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컬쳐네트워크 윤현석 대표는 "군산이라는 도시는 '텃세 없는 지역 문화'를 기반으로 외지 청년들도 쉽게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특히 "흑화양조와 모락이라는 공간이 지역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은 이유는 도시, 청년, 기관 유기적 연결 덕분"이라며 이러한 생태계 방식이 타 지역에서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의 텃세 없는 분위기,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창업 기회, 그리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청년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군산. 영화타운의 옛 간판처럼 빛바랜 흔적도 남아 있지만 그 위에 새로 덧칠되는 청년들의 실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군산은 여전히 인구 유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흑화양조, 카페 룩투, 청년뜰, 영화타운에 이르기까지 청년이 만든 작은 불씨들이 도시 전역으로 번져가고 있다. 군산은 더 이상 쇠퇴의 도시가 아닌 다양한 로컬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도시의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jongwon3454@newspim.com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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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대헌 "결승서 플랜B 급변경" [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한국 남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낸 황대헌(강원도청)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련과 역경이 있었다. 너무 소중한 메달"이라고 말했다. 황대헌은 "월드투어 시리즈를 치르면서 많은 실패와 도전을 했고, 그런 부분을 제가 많이 연구하고 공부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도 했다. 황대헌은 15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에서 옌스 판트 바우트(네덜란드)에 이어 2위로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는 2018 평창 대회 남자 500m 은메달을 시작으로 2022 베이징 대회에서 남자 1500m 금메달과 남자 5000m 계주 은메달을 땄다. [밀라노 로이터=뉴스핌] 박상욱 기자= 황대헌이 15일(한국시간)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시상식에 오르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6.02.15 psoq1337@newspim.com 황대헌에게 이번 올림픽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25-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투어 4차 대회에서 왼쪽 무릎을 다쳤다. 부상 치료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올림픽을 준비했다. 이날 결승은 9명이 함께 뛰었다. 황대헌은 "2022년 베이징 대회 때는 결승에서 10명이 뛰었다. 그리 놀라운 상황은 아니었다"며 "쇼트트랙 레이스의 흐름이 많이 바뀌어서 공부도 많이 했고, 계획했던 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운영엔 다양한 전략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플랜B로 바꿨다"며 "자세한 내용은 제가 많이 연구한 결과라 소스를 공개할 수는 없다"며 미소를 보였다. psoq1337@newspim.com 2026-0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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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온이 전한 긴박했던 순간 [서울=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들것에 실려 나가면 그대로 끝이었어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세화여고)이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돌아봤다. 최가온. [사진=대한체육회] 최가온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날 결선 1차 시기를 떠올렸다. 그는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결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지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의료진이 내려와 상태를 확인했고, 들것이 대기한 긴박한 상황이었다. 최가온은 "들것에 실려 나가면 병원으로 가야 했고, 그러면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포기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다음 선수가 기다리고 있어 시간이 많지 않았는데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발가락부터 힘을 주며 움직이려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걸을 수는 있었지만 코치는 기권을 권유했다. 최가온은 "나는 무조건 뛰겠다고 했지만 코치님은 걸을 수 없는 상태로 보셨다"며 "이를 악물고 계속 걸어보려 했고, 다리 상태가 조금씩 나아져 2차 시기 직전 기권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리비뇨 로이터=뉴스핌] 장환수 스포츠전문기자= 최가온이 13일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1차 시기에서 넘어지자 의료진이 달려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2026.02.13 zangpabo@newspim.com 1, 2차 시기 연속 실수로 벼랑 끝에 몰렸지만 3차 시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최가온은 "긴장감이 오히려 사라졌다. 기술 생각만 하면서 출발했다. 내 연기를 완성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리고 900도와 720도 회전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90.25점을 받아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은메달을 차지한 교포 선수 클로이 김(미국)과 관계도 화제가 됐다. 최가온은 "클로이 언니가 안아줬는데 정말 행복했다. 그 순간 '내가 언니를 넘어섰구나' 하는 감정이 몰려왔고 눈물이 터졌다"고 했다. 이어 "경기 전에는 언니가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복잡했다. 존경하는 선수라 기쁨과 서운함이 동시에 들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부상 직후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겁이 없었다. 언니, 오빠들과 함께 타며 자연스럽게 생긴 승부욕이 두려움을 이겨낸 것 같다"며 웃었다. [리비뇨=로이터뉴스핌]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최가온 선수가 지난 12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6.02.13 photo@newspim.com 많은 눈이 내린 경기 환경에 대해서도 담담했다. "첫 엑스게임 때 눈이 정말 많이 왔는데 그때에 비하면 괜찮았다.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함박눈이 내려 오히려 예쁘다고 느꼈다. 시상대에서도 눈이 내려 클로이 언니와 '이렇게 눈이 내리니 좋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몸 상태는 완전하지 않았다. 그는 "무릎이 아주 아팠지만 많이 좋아졌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 중 다친 왼쪽 손목은 귀국 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올림픽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드리지는 못했다. 기술 완성도를 더 높이고 긴장감을 다스리는 법도 보완하고 싶다"며 "먼 미래보다 당장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선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가온. [사진=올댓스포츠] 가족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최가온은 "아버지가 내가 어릴 때 일을 그만두고 이 길을 함께 걸었다. 많이 싸우기도 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줘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귀국 후 계획을 묻자 "할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 친구들과는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금메달과 함께 포상금과 고급 시계를 받게 된 데 대해서는 "과분한 것들을 받게 돼 영광이다. 시계는 잘 차겠다"고 말했다. 스노보드 꿈나무들에게는 "하프파이프는 즐기면서 타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치지 말고 즐기면서 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들것 앞에서 멈추지 않았던 17세의 선택은 결국 한국 설상 종목의 새 역사가 됐다. zangpabo@newspim.com 2026-02-14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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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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