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상징에서 文 정부 정적으로 부상
대선 물밑수업 중...6월께 정계 입문 가능성
[서울=뉴스핌] 이지율 기자 = 권력 수사에 타협하지 않는 모습으로 '강골 검사'로 불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 퇴임 후 석 달 가까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가장 앞선 위치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24일 뉴스핌 의뢰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윤 전 총장은 36.4%로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27.5%)와는 오차범위 밖인 8.9%p 격차를 보였다.
윤 전 총장은 공식적으로 정계 진출 여부를 알리지 않았지만 정치권은 그의 정계 입문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달 11일 열리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들은 윤 전 총장의 영입을 경쟁적으로 주장하면서 그의 영입을 위해 저마다 대표가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그동안 윤석열의 수많은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적당히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을 야권 유력 대선 주자로 보고 그의 검증 문제를 준비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 박근혜 적폐 청산의 상징에서 문재인 정부 저격수로
1960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난 윤 전 총장은 1973년 대광초등학교, 1976년 충암중학교, 1979년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지만 이후 2차에서 9년간 낙방한 끝에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검사 생활은 1994년 대구지검에서 시작했다.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된 후 수사 외압을 폭로하면서 대중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2013년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수사 외압을 설명하면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그 대가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직에서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3년 가까이 한직으로 분류되는 고검을 맴돌던 그는 박근혜 정권 말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으며 적폐청산의 상징이자 진보세력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10일 만에 고검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승진한 그는 2년 뒤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임명된다. 전임 문무일 검찰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후배가 임명된 파격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발 속에서 윤 전 총장의 임명을 강행하며 "권력형 비리에 대해선 권력에 눈치를 보지 않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했다. 이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똑같은 자세가 돼야 한다"며 "청와대든 정부는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렇게 적폐청산의 아이콘으로 검찰총장까지 직행했던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임기를 4개월여 남기고 퇴임하게 된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4일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 정신과 법치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명분은 여당이 추진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대한 반발이다.
문재인 정권과의 갈등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두고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윤 총장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정권 관련 수사를 이어나가자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정권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를 했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윤 총장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고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께 혼란을 초래해 인사권자로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 alwaysame@newspim.com |
◆ 외부 공개 없이 활발히 대선 물밑수업 중...6월께 정계 입문 선언할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의 '상징'으로 파격 임명됐다가 '정적'으로 물러난 윤 전 총장은 이제 명실상부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가 됐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며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은 퇴임 직후인 3월에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이종찬 초대 국정원장 등을 만나며 조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궐선거가 끝난 지난 4월 11일에는 노동시장 양극화 문제를 연구하는 정승국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4시간 동안 청년 일자리 문제 등을 논의했다. 윤 전 총장은 이 자리에서 "청년 실업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며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등을 차례로 만난 윤 전 총장은 지난 19일에는 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찾아가는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대선 물밑 수업을 이어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16일엔 언론에 메시지를 보내 "5.18은 현재도 진행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이 국민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가에서는 윤 전 총장의 이같은 메시지를 두고 그가 사실상의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포럼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인 정용상 동국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5일 "국민의힘 당대표가 선출된 이후 (윤 전 총장이) 정치 선언을 하지 않을까 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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