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 중학생 김군(13)은 반에서 좋아하는 여학생이 자신을 거부하자 여학생의 얼굴에 나체사진을 합성해 단체 채팅방에 유포했다. 김군은 온라인에서는 '사진합성'이 흔한 일이라 장남삼아 한번 따라해 본 것이었다. 하지만 김군은 결국 가해자가 됐다.
# 박군(15)은 초등학교 때 SNS에서 우연히 화장실 불법촬영물을 보게 됐고 호기심에 영상을 계속 봤다. 박군은 중학생이 되자 직접 불법촬영을 시도하게 됐다. 학원 화장실, 버스 등에서 여학생을 대상으로 불법촬영을 지속하다 적발됐다. 상담을 받게 된 박군은 이제는 스스로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10명 중 9명은 디지털 성범죄를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거나', '재미나 장난', '호기심', '남들도 하니까 따라해 보고 싶어서' 등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지 못하고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디지털성범죄 가해자 재발방지 상담사례가 공개됐다.
초·중학교 대상 디지털 성폭력 가해자 상담사업은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발방지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9년 9월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디지털 기술을 가장 쉽게 접하고 다룰 수 있는 청소년들이 쉽게 범죄와 연결되고 가해자가 피해자로 전환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아동·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 게임, 메신저 등을 통해서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는 SNS(41%), 사이트(19%), 메신저(16%) 순으로 유포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상담에 의뢰된 청소년들은 총 91명으로 이 중 중학생(14~16세)이 63%에 이르렀다. 성범죄 가해 동기는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함 21% ▲재미나 장난 19% ▲호기심 19% ▲충동적으로 16% ▲남들도 하니까 따라해 보고 싶어서 10% ▲합의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4% 순이다.
가해 행위 유형별로는 ▲불법촬영물 게시, 공유 등 '통신매체 이용' 이 43% ▲불법촬영 등 '카메라 등 이용촬영' 19% ▲'불법촬영물 소지' 11% ▲'허위 영상물 반포' 등 6% 순이었다.
디지털 성범죄 사례를 보면 사진합성에서 성적 장면이 담긴 영상 촬영 등이 대부분이다. 이양(12세)은 '12세만 들어와~' 라는 열린 채팅방에 심심해서 들어갔다가 또래의 남학생 5명과 대화하며 친해졌다. 남학생들은 처음에 이양 사진을 요구하며 외모를 칭찬해주고 이후 그루밍(길들이기)을 통해 성적인 사진을 요구하고 더 높은 수위를 요구하며 협박했다. 유포 협박을 견디다 못한 이양은 부모님께 얘기해 어머니의 경찰 신고로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 합성'을 의뢰했다가 피해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강군(17)은 SNS에서 '사진 합성' 광고를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그룹 사진을 포르노와 합성해달라고 요청했다. 업체는 오히려 의뢰한 강군을 상대로 굴욕적인 동영상을 찍게 하고는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갈취했다.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 모집 포스터 [자료=서울시] 2021.05.26 donglee@newspim.com |
서울시는 이같은 피해자 상담 및 가해자 재발 방지는 물론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만들기 위한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을 구축한다. 아동·청소년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상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발생한다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만 19세 이상의 서울시민이라면 참여 가능하며 모집은 5월 27일부터 7월 5일까지 서울시 누리집 등에서 신청하면 된다.
디지털 성범죄 시민 감시단은 선발 후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예방교육 이수 후 감시단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성범죄 없는 안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한 디지털 성범죄 예방 캠페인 활동에도 참여하게 된다.
또 서울시는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를 종합 대응하기 위해 내년 '서울시 디지털 성범죄 통합대응센터' 설치를 추진한다. 통합대응센터는 현재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사업들을 통합적으로 추진해 디지털 성범죄 예방부터 피해자 지원까지 전방위로 지원할 계획이다.
김기현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직무대리는 "아동·청소년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는 '범죄'가 아니라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놀이문화'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인터넷 이용 시간이 늘어난 아동·청소년의 피해, 가해가 증가하는 만큼 서울시는 예방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원까지 통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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