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광합성 전기 추출 논문 출발한 기술 현실화
자연 그대로의 재생에너지 생산 통한 활용 기대 높아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국내 연구진이 시금치 추출물의 광합성 반응으로 얻은 에너지로 소형 계산기, 웨어러블 시계 충전이 충분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자연 그대로의 식물 광합성으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논문에서 시작된 연구가 11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연세대학교 류원형 교수, 황성주 교수, 홍현욱 박사, 호주 뉴캐슬대학교 이장미 박사 연구팀이 시금치에서 추출한 물질인 틸라코이드와 루테늄 산화물 시트로 제작된 식물 광합성 전지를 개발, 소형계산기를 구동했다고 19일 밝혔다. 루테늄 산화물은 백금족에 속하는 전이금속인 루테늄의 금속산화물로 전도성이 뛰어나다.
루테늄 산화물 나노시트를 이용한 광합성 전자추출 구상도 [자료=한국연구재단] 2021.05.18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일반적으로 식물은 빛을 흡수하고 물을 분해하는 광합성 과정을 통해 수소이온, 산소, 높은 에너지를 갖는 광합성 전자를 만들어낸다. 엽록체 안에 있는 광복합체인 틸라코이드에 빛과 물만 공급하면 광합성 전자가 생성되기 때문에 틸라코이드로 전지를 만들면 친환경 전기 생산도 가능해진다.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음극을 띠는 틸라코이드를 음극을 띠는 전극 표면에 부착해야 해야 한다. 그동안에는 부착을 돕기 위해 화학적 결합이나 매개체를 써야 했고, 광전자가 이동하면서 손실이 발생해 효율이 낮았다. 한마디로 전자 제품을 구동할 정도의 전기를 생산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틸라코이드와 그 자체로 견고하게 결합할 수 있는 종이처럼 얇은 2차원 나노시트(nanosheet) 형태의 루테늄 산화물 전극을 제작, 이를 적용한 광합성 전지를 설계했다.
광합성 전지는 루테늄 산화물 전극에 틸라코이드가 부착돼 광합성 전자가 추출되는 음극과 백금 촉매가 함유된 탄소전극인 양극으로 구성됐다. 제작된 광합성 전지는 음극 기준 1cm²의 면적에서 광합성이 진행될 때 개방회로전압 약 420 mV, 최대 단락 전류 8.84 μA, 최대전력 0.74μW로 측정됐다.
루테늄 산화물 나노시트는 표면이 극성을 띠고 있어 다른 물질과의 부착에 유리할 뿐더러 소량으로도 전극에 도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실제 루테늄 산화물 코팅이 된 금 전극 표면에 도포된 틸라코이드가 강한 수압의 세척과정에도 부착돼 있었지만, 코팅되지 않은 금 전극에 붙은 틸라코이드는 대부분 떨어져 나간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시금치에서 원심분리해 얻은 틸라이코이드를 루테늄 산화물 나노시트 전극으로 연결한 광합성 전지 4개를 직렬로 연결해 소형계산기를 구동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다수의 광합성 전지의 연결을 통한 소형계산기 구동 모습 [자료=한국연구재단] 2021.05.18 biggerthanseoul@newspim.com |
이번 연구 결과는 2010년 류형원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광합성 전자 추출 논문에서 출발했다. 같은 해 4월 나노 분야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도 게재됐다. 남조류 세포의 단일 세포에 나노 전극을 꽂고 광합성 전자를 외부로 추출할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류 교수는 "당시 연구를 하면서 향후 전자 기기에도 전기를 보내 구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A4용지 면적의 광합성을 통해 하루 정도 충전을 하게 되면 웨어러블 시계를 충분히 충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물체 안에서 탄수화물 합성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광합성 전자를, 전기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5월 12일 온라인에 게재됐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