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주의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에 대해 심리키로 결정했다. 지난 1973년 낙태에 대한 여성의 권리를 합헌으로 인정한 후 연방대법원의 첫 심리라 주목된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날 미 연방대법원은 임신 15주 이후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의 법률이 합헌인지에 대한 심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 연방대법원이 보수 우위로 재편된 후 낙태에 관한 첫 심리라서 주목된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 에이미 코니 배럿 등 3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이 투입되면서 6대 3의 보수우위로 변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 마저 진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오면서 낙태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구도는 보주와 진보로 팽팽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수성향 대법관이 6명으로 지난 1973년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이 그대로 지속될지 장담할 수가 없다는 것이 외신들의 관측이다.
당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사생활에 대한 헌법적 권리가 낙태를 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28주 이전에는 인공 유산을 법적으로 허용한다는 의미를 지녔기에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심리는 임신 15주 후 낙태를 제한하는 미시시피 주법에 대해 하급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린 것이 발단이다. 변론기일은 10월 시작되는 회기에 잡힐 예정이며 판결은 내년 봄이나 여름이 돼야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 이후 미국 공화당 측은 공화당 주도 지역에서 낙태권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는 등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는 것을 목표로 총력전을 벌여왔다.
이번 심리 대상인 미시시피주 낙태 제한법은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고 있다. 1992년에 대법원에서 재확인된 '로 대 웨이드' 판결은 임신 24주에서 28주 사이 태아에 대한 낙태를 금지할 수 없다.
낙태 반대론자들은 연방 대법원이 기존의 판결을 제한하거나 뒤집기를 희망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린 피치 미시시피주 검찰총장은 "미시시피 입법부는 여성의 건강을 증진하고 생명의 존엄성과 신성함을 지키려는 유권자들의 의지와 일치하는 이 법을 제정했다"며 "나는 여성을 옹호하고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미시시피의 법적 권리를 옹호하는 데 전념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낙태권 방어에 전념하고 있다"며 "주법을 통해 낙태에 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극단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6월 낙태를 시술하는 의료행위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 주법을 폐지한 바 있다. 당시 연방대법원에는 진보 성향의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있었고 보수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진보 진영과 같은 표를 던졌다.
미국 워싱턴 소재 미 연방대법원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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