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자금 36억 횡령 등 혐의
"분식회계 관련자료 증거인멸 관여 안했다"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상장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하고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를 받는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측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13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동중 전무, 안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에 대한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송도=뉴스핌] 이형석 기자 =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2019.03.22 leehs@newspim.com |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어 김 전 대표 등은 재판에 나오지 않고 변호인들만 출석해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우선 김 전 대표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검찰이 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자료 삭제를 논의했다고 하는 2018년 5월 5일 이른바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한 사실은 있으나 지분재매입TF 논의를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후 그런 논의가 있었는지 여부도 모르고 관여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회사가 비약적으로 성장해 그에 따른 합당한 보상으로 관련 법령과 절차를 거쳐 적법하게 성과급을 수령한 것이고 액수는 다른 임직원들이 받은 보상액을 봐도 합당하며 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횡령 혐의도 부인했다.
김 전무 측 변호인도 "증거인멸을 교사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며 "횡령과 관련해서도 상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므로 불법 취득한 것이 아니어서 다툰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안 부사장 측 변호인은 "2017년부터 지분재매입에 관여하다가 다음해 중단됨에 따라 통상 업무관행으로 관련 M&A 자료를 파기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 회계부정 의혹 사건 자료를 지우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표와 김 전무는 지난 2016년 11월 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각각 대표이사와 재무이사로 재직하면서 주식 매입비용과 우리사주조합 공모가 차액을 회사 자금으로 보전받아 각각 36억원, 11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로직스 분식회계 과정을 숨기기 위해 벌인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가담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삼성그룹 수뇌부가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고발이 검찰 수사로 이어질 것에 대비해 2018년 5월 5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른바 '어린이날 회의'에서 이 같은 증거인멸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보다 먼저 기소된 삼성전자 재경팀·사업지원TF·인사팀 부사장 3명은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1심에서 각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 전 대표에 대해 2019년 5월과 7월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후 검찰은 1년여 간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해 10월 김 전 대표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김 전 대표와 김 전무는 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 거짓공시와 2015 회계연도 재무제표 회계분식 등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돼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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