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급적용 여부 쟁점…재원마련 방안도 이견
"재원·금액·지급방식 등 시행령에 위임해야"
[세종=뉴스핌] 민경하 기자 = 전세계 유례없는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손실보상제) 도입을 앞두고 정부와 국회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줄곧 언급돼왔던 소급적용 문제는 물론 재원마련 방안과 지급대상에 대한 의견 차이도 뚜렷한 상황이다.
정부가 손실보상제 실무초안을 도출한 가운데 이달 중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국회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상반기내 도입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 여·야 한목소리 "소급적용하자" vs 정부 "현실적으로 불가능"
15일 기획재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손실보상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마치고 실무 초안을 도출했다. 이르면 내주부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지난 14일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초안을 가지고 관계기관 협의에 들어갔으며 이달중 국회에서 법개정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원칙적인 내용이 법에 담기고 구체적인 세부지침은 시행령으로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실보상제는 정부의 방역지침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금지 조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의 손실보상을 법으로 보장해 주는 제도다. 앞서 기재부는 올해 초 범부처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손실보상제 도입 준비를 시작했으며 지난 2월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최승재, 김성원, 윤영석 등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코로나19에 따른 손실보상 소급적용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2021.04.12 kilroy023@newspim.com |
정부와 국회 견해차이가 가장 큰 것은 소급적용 문제다. 기재부에서는 예산의 현실성을 언급하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영업피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에게 그간의 손실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한 관계자는 "이번 4·7 재보궐 선거과정에서 소급적용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많았다"며 "그간 영업제한·금지 업종의 피해는 국가 행정명령 때문인데 법 만든 이후부터 적용하겠다고 선을 긋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손실보상제를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급적용을 한다고 하면 피해액을 산출하는 기준과 시점, 기존에 지급한 재난지원금 등 내용이 복잡해진다"며 "이미 코로나 대응을 위해 막대한 지출을 해왔는데 더 큰 지출이 발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 "재난 예산 기금으로 조성" vs "대기업 출연금으로 소상공인 돕자"
재원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안 차관은 "예비비, 추가경정예산안 등의 방식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며 "국가재난관리기금과 같은 형태의 별도 주머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팬데믹과 같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때는 국가가 이문제를 전부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하는 '노란우산공제'라던지 민간보험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스핌] 최온정 기자 =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이 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회 재정운용전략협의회'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2021.04.01 onjunge02@newspim.com |
반면 여당에서는 손실보상제의 재원으로 '사회연대기금'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연대기금은 손실보상제·협력이익공유제와 함께 여당에서 제시한 '상생 3법' 중 하나다. 정부 출연금 일부와 민간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주요 대기업들의 출연금이 대부분을 차지할 전망이다.
손실보상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 특수 활황을 누렸던 기업들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도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회연대기금을 손실보상제로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서 당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에 대해 안 차관은 기자와의 전화를 통해 "사회연대기금과 국가재난관리기금은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현재 국고에서 지원하는 각종 재난대책예산들을 보다 연계·통합해서 효율적으로 지원해보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취지였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손실보상제 법안 자체는 소상공인 지원법 내에 지원 근거만 두는 차원이기 때문에 이르면 이달 중 처리가 될 확률이 높다. 다만 이후 시행령에 위임할 실제 재원마련 방안·금액·지급규정 등의 내용들의 논의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완성된 법안은 상반기 내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안 차관은 "손실보상제는 굉장히 전향적으로 다뤄야할 과제라고 생각하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제"라며 "지속가능한 형태로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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