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서울 강남 한 도로서 무단횡단하다 차에 치여 사망
법원 "과속 안 했어도 사고 피할 수 없었을 것"…무죄 선고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새벽 4시 왕복 6차선 횡단보도로 무단횡단을 하던 80대 노인을 치어 사망하게 한 운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강혁성 부장판사는 최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모(37) 씨에게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냉동탑차 운전자인 김 씨는 지난해 1월 새벽 4시35분쯤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A(85) 씨를 치는 사고를 냈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같은 날 오전 8시21분쯤 사망했다.
법원로고 [사진=뉴스핌DB] |
기록에 나타난 바에 따르면 이렇다. 김 씨는 왕복 6차로 중 2차로로 주행하고 있었고, 3차로에는 택시가 조금 앞서 달리고 있었다. 당시 횡단보도는 빨간불이었는데, 피해자 A씨는 머뭇거리다 갑자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횡단보도를 건너기 시작했다. 택시에 가려 A씨를 제대로 보지 못한 김 씨는 그대로 A씨를 차로 치었다.
강 부장판사는 횡단보도 정지선에 도달한 시간을 측정한 교통사고 분석서를 토대로 김 씨가 A씨를 치는 걸 피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택시는 정지선에 14.950초에 도착했고, 김 씨 차량이 정지선에 도착한 것은 15.850초였다. 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약 1초에 불과한 짧은 시간에 택시 앞에서 피고인 차량으로 뛰어든 피해자를 발견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회피할 가능성이 없었다"고 판결했다.
또 당시 김 씨가 제한속도를 위반했지만 "제한속도를 준수했다고 해도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적색신호에 무단으로 횡단하는 것을 미리 발견하고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에게 제한 속도를 초과한 사정이 인정되기는 하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측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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