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안 분분…친문 책임 vs 조국 사과 vs 당원 의견 먼저
"지난 지도부 의사결정 체제로는 어렵다" 공감대 얻어
[서울=뉴스핌] 김현우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그와 동시에 당내에서는 쇄신 요구가 쏟아져 나온다. 특히 비주류 출신 의원들이 직접적으로 '친문' 보이콧을 언급한데 이어 초선의원들도 "차기 당 지도부 구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반발도 적잖다. 당장 "당이 위기일 때 아무것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위기를 맞자마자 목소리를 낸다"는 볼멘소리도 수면 아래서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시민과 당원에게 직접 의견을 듣자는 제안도 나온다. 사실상 강성 지지층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자는 제안이다.
다만 "현재 의사결정구조로는 차기 대선이 위험하다"는 것에는 대부분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친문' 여부가 주된 요인이 됐던 지난해 8월 전당대회와는 달리 이번 5·2 전당대회는 다른 양상으로 치러질 공산이 높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1.04.09 kilroy023@newspim.com |
◆ 소신파 쓴소리, 조응천 "부정적 평가 받는데 책임 있으신 분은 선거 나서지 마라"
민주당 비대위 구성 뒤 먼저 목소리를 낸 이들은 소신파·비주류로 분류되는 인사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당에서 나오는 반성의 목소리를 살펴보면 그 내용이 매우 간략하고 추상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특히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차기 당권 주자에 도전장을 낸 홍영표 전 원내대표와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윤호중 의원에게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김해영 전 최고위원은 조국 사태와 추미애·윤석열 갈등 문제, 부동산 실책을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8일 "제대로 된 성찰과 혁신을 위해서는 조국 사태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전 총장 문제, 부동산 실책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조국 사태에 대해 "그와 같은 국민적 저항 속에서 조 전 장관을 밀어 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불법 여부를 떠나 일반적인 행태를 뛰어 넘는 특권적 자녀 교육은 우리 사회 격차를 줄여보자는 민주당이 도저히 옹호할 수 없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웅래 의원은 비대위 구성 자체부터 비판하고 나섰다. 당의 쇄신을 추진해야 할 비대위원장부터 '친문' 인사를 앉혔단 지적이다. 도종환 비대위원장은 '친문' 의원들이 주축이 된 민주주의4.0 대표를 맡고 있다.
노 의원은 "국민에겐 `이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을 졸로, 바보로 보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며 "우리가 벼랑 끝에 서서 혁신을 해야 하는 마당에, 쇄신의 얼굴로서 당내 특정 세력의 대표를 내세우면 그건 면피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노웅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1.02.09 kilroy023@newspim.com |
◆ 초선 의원들 "선수 문화 타파", 2030 의원 "조국 사태 사과", 이재정·김용민 "당원 의견 먼저"
소신파 의원들이 목소리를 낸 뒤 2030 청년 초선 의원들도 목소리를 냈다.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청년 초선 의원 5명은 "돌아선 국민의 마음, 그 원인은 결코 바깥에 있지 않았다. 저희를 포함한 민주당의 착각과 오판에 있었음을 자인한다"고 입장문을 통해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이 비판 받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검찰 개혁 과정에서 불거진 국민 갈등 ▲조국 사태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민주화 운동 인사들의 기득권화 ▲인국공 사태 등 청년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자리 정책 ▲선거 패배 원인을 야당·언론·국민·청년 탓으로 돌린 것들을 일일이 언급하며 반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초선의원들 81명도 가칭 '더민초'를 구성하고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강선우·고영인·김회재·이용우·한준호 의원 등 민주당 초선 의원 20여명은 9일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 질책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통렬하게 반성하겠다. 앞으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충분히 갖겠다"는 81명 명의의 공동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보궐선거 후보 공천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진심 없는 사과, 행동없는 사과 ▲'나만이 정의'라는 오만 ▲현장을 도외시한 정책 등을 사과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민과 당원들의 목소리를 들어가며 당을 쇄신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실상 당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친문 당원'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는, 도리어 선명해지자는 제안이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과 김용민 의원은 이날 "새로운 당지도부를 구성하는 과정 자체가 당을 점검하고 혁신하는 일이 돼야 한다"며 "후보자 각자의 철학과 비전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후보들이 당을 대표해 국민의 목소리와 당원들을 의견을 모아 듣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틀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고영인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들이 9일 오후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7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4.09 kilroy023@newspim.com |
◆ "친문만 강조하는 후보, 반드시 떨어진다"
백가쟁명식으로 여러 안이 나오고 있지만 정당 개혁과정으로 가는 길은 '자갈밭'이 될 전망이다. 중진 의원들은 모여서 논의를 했다지만 구체적 입장문을 내진 않고, 의견 교환 수준에서 머물렀다.
초선 의원 81명 공동 입장문은 주어와 목적어가 뚜렷하지 않았다. 정계 입문 경로에 따라 어떤 문구를 써넣는 지에 대한 격론이 있던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반성과 성찰, 일부 강성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과 반성에 대한 문구는 합의를 보지 못했다.
한편에서는 당장 "당이 위기일 때 아무것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위기를 맞자마자 목소리를 낸다"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친문'을 몰아내야 한다는 사람은은 과연 이번 선거 때 어떤 역할을 했는가"라며 "하나 둘, 선을 긋다보면 끝도 없이 나눠지게 된다. 노웅래 의원과 조응천 의원은 정말 잘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제각기 방법론은 다르지만 차기 대선에 앞서 당 체질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공감대를 얻는다. 특히 이번 전당대회에서 정확한 현실 인식, 그간의 반성과 정책 철학 없이 '친문'만을 강조하는 후보라면 뽑지 않겠다는 움직임이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민주당과 정부에 대한 심판은 내려졌고, 후임 지도부는 쇄신을 이어가면서 선거를 준비하면 된다"며 "이번 전당대회나 원내대표 선거에서는 단순히 계파가 같다고, 누구와 친하다고 찍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통령 덕을 안본 사람은 없었다"면서도 "지금 중요한 것은 친문·비친문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실을 명확히 인식하는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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