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영기 기자 =2022년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대표가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좌파와 우파의 통합정부를 수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프랑스를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는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도움이 안되고 짙어지는 국가 역할의 중요성에 위기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셔날리스트와 글로벌리스트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극우진영의 르펜이 도전장을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년 대선을 앞둔 최근 여론조사에서 르펜은 마크롱 대통령과 거의 같은 지지도를 얻었다.
르펜은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좌파든 우파든 가리지 않고 공히 자신을 지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보수당이면서도 진보측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는 의미다.
르펜은 앵글로아메리칸프레스어소시에이션(AAPA)와의 대담에서 "좌파와 우파의 대립은 더 이상 없고 이제는 내셔날리스트와 글로벌리스트의 대립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브렉시트에서 호흡을 맞춘 존슨 영국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그러면서 르펜은 "프랑스를 하나로 뭉치기 위해서 정부 내각이 국민연합으로만 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중순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가 실시한 조사에서 르펜은 마크롱과 대선 결선에서 대결할 경우 르펜은 47%의 지지응답을 받았다. 이는 마크롱의 53%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2017년 대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이 득표율 66.1%로, 33.9%의 르펜을 압도했던 것과 비교할 때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변호사인 르펜은 프랑스 극우 정치의 원조인 장 마리 르펜의 딸이다. 2004년 유럽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르펜은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버지를 넘어서며 극우 정치의 반경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버지 르펜은 2002년 대선 때 결선투표에 올랐지만 17.8% 득표에 그쳐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완패한 바 있다.
르펜은 10년전에 아버지 장 마리에 르펜으로부터 극우정당 국민연합을 물려받은 이후 줄곧 국민연합의 극우성향을 묽혀왔다.
이번 발언도 르펜은 최근 뉴스채널 BFM 인터뷰에서 "지난 30년간 프랑스는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모든 것을 시도했지만 별 차이가 없었다"며 "내가 좌파와 우파의 장점만을 모아보겠다"고 말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르펜은 이미 지난 1월에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공표했다. 당시에도 르펜은 "프랑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국민통합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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