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훔쳐갔지?"…주민들 간 갈등 양상에 실효성 논란
시민 "CCTV 감시한다 방송, 잠재적 범죄자 취급 하나" 분통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경기 고양시가 시민 한명 당 덴탈마스크 5장씩 수백만장을 비대면 방식으로 배부하고 있는 가운데 분실신고가 잇따르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웃들이 마스크를 훔쳐간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 마저 생기면서 민민(民民) 갈등 양상 마저 보여 마스크 배포로 인한 실효성 논란도 되고 있다.
고양시청.[사진=고양시] 2021.03.26. lkh@newspim.com |
26일 시에 따르면 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독감유행을 예방한다는 취지로 각 동별 통반장을 통해 107만2659명 전 시민에게 1인 당 5장씩 덴탈마스크 지급에 나섰다.
시는 공개입찰을 거쳐 업체를 선정해 1장 당 195원을 들여 마스크를 제작했고, 지난 15일부터 지급 중이다.
지급은 비대면으로 아파트의 경우 통반장이 관리사무소를 통해 배부하면 각 세대 별 우체통에 넣어두는 식이다.
이런 가운데 곳곳에서 마스크를 분실했다는 민원이 주민센터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잇따랐고, 급기야 "이웃이 훔쳐가는 걸 봤다"는 등의 신고도 접수됐다.
이에 따라 관리사무소 등에서는 'CC(폐쇄회로)TV로 감시하고 있으니 다른 세대의 마스크를 가져가지 말라'는 취지의 방송까지 내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주엽동의 김모(41) 씨는 "시중가로 수십원 짜리 덴탈마스크를 주면서 주민들을 감시한다는 등 잠재적 범죄자인 것처럼 취급하는 내용의 방송을 듣고 너무나 화가 났다"며 "안받아도 좋으니 당장 수거해 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나마도 아파트 단지의 경우 관리사무소 등에서 힘을 보태고 있지만 단독주택이나 빌라에서는 이런 민원이 접수됐을 때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장은 "고양시의 정책이라 따르고는 있지만 지인들로 부터 하루 수십통의 민원전화를 받고 있어 골치가 아픈 상황"이라며 "주민센터도 관리사무소도, 우리도 모두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고양시 내부에서도 이 계획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역행한다며 반대 목소리도 높았다.
지난해 12월 한 직원은 시 내부 게시판에 "지금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운 시기도 아니고 인터넷으로 매우 싼 값에 구입이 가능한 시기"라며 "통 별 세대가 많으면 800~900세대 이상이 되는데 통장들은 무슨 죄가 있느냐.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면 지금은 그냥 집에 있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으니 재고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이 글에는 시청 직원들의 추천과 댓글이 수백여개가 달렸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이번 주면 배부가 마무리 되는 단계이고 분실했거나 받지 못했다는 민원인에 대해서는 충분히 마스크를 공급하는 등 최대한 주민들의 불만을 줄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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