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블링컨 美국무 "北 독재정권, 자국민에 광범위한 학대 자행"
정의용, 北 인권 언급 없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강조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한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 인권 문제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가 동맹 간 걸림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핵과 인권 문제를 북한 정권의 본성과 결부시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이 북한 인권에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독재 정권이 자국민들에게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 정권과의 관계를 고려해 인권문제 거론을 삼가온 문재인 정부와 전혀 다른 메시지를 내놓은 것.
[서울=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 정의용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3.17 photo@newspim.com |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과 인권, 민주주의, 법치를 위한 공동의 시각을 (한국과) 달성할 수 있기 바란다"며 한국이 이에 동참하길 바란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미 국무·국방 장관의 방한 목적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북한은 국제 평화와 안보, 세계 비확산 체제의 심각한 위협"이라며 "미국은 북한 인권 보호와 증진뿐 아니라 대북 억지 강화와 북한의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국 담당 보좌관을 지낸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인권은 한국과 미국이 계속 이견과 차이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의용 장관은 이날 "오늘 회담의 결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확고히 정착해서 실질적 진전을 향해 나아가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을 강조한 블링컨 장관의 발언과는 완전히 다른 부분에 무게를 뒀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미국과 한국이 양국 모두에 중요한 사안인 북한 문제에 관해 다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유감이지만, 양국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특히 인권 문제에 관한 차이점 때문에 양국 간 더 많은 마찰과 문제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은 공동의 가치와 다자주의라는 두 개의 기둥에 의해 뒷받침된다"며 "문재인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지고 그 외에 다른 비슷한 움직임을 보임으로써 한국이 미국의 가치와 함께 한다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을 다루는 것을 도외시하는 것을 넘어 심지어 적대감까지 보였고, 북한 인권을 유엔 포럼에서 다루는 데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공동의 가치와 다자주의를 모두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이 다시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국이 침묵하는 동안 미국 정부가 북한의 끔찍한 인권 기록에 단호히 대처하기로 할 경우 미한 관계에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내다봤다.
미 국무부와 국가정보국장실 선임 자문관을 지낸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도 "한국이 북한 인권에 관해 저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미 의회와 인권운동가들 사이에서 우려가 나온다"며 "의회에서 이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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