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 두달간 하락…2월 수출액 전월 대비 29% ↓
바이오니아, 흰머리 개선 후보물질 특허 출원
랩지노믹스, 에이비온과 액체생검 기반 플랫폼 구축 업무협약
씨젠, M&A 전문가 영입…사업 확장 예고
[서울=뉴스핌] 박다영 기자 = 지난 1월부터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진단키트 수출 규모가 두 달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현금을 벌어들인 진단키트 기업들은 신사업에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7일 관세청 수출입실적에 따르면 올해 2월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금액은 1억2286만 달러(약 1390억원)로 집계됐다. 전월(1억7320만달러) 대비 29% 감소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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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은 지난해 4월 2억6568만달러로 대폭 상승했다. 이후 1억~2억달러 사이를 오가다가 지난해 12월 3억1008만달러(약 3504억원)로 정점을 찍었다. 올해 들어 전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백신 접종에 들어가면서 1월 1억7320만달러(약 1957억원), 2월 1억2286만달러로 2개월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진단키트는 영업이익률이 6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생산라인이 제품 포장이나 용액 분주 등으로 구성돼 기계 장비나 부품을 생산하는 의료기기에 비해 설비투자 부담이 크지 않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높은 영업이익률 덕에 진단키트 업체들은 지난해 판매 증가로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 코로나19 확산 후 국내외 업체들의 시장 진출로 경쟁이 심화되자 가격이 초기 10~15달러에서 5달러 선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 심화에 이어 백신과 치료제가 상용화되면서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진단키트 업체들은 신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최근 흰머리를 개선하는 후보물질 4종을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 신약개발 자회사 써나젠테라퓨틱스와 공동 연구를 거친 결과다.
이 회사는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로 영업이익 1051억원 발생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470%가 늘어난 2070억원이다.
이번에 특허 출원한 후보물질들은 인체에 존재하는 마이크로 리보핵산(miRNA)을 활용한 것으로 머리카락 세포 및 체외실험 결과, 모낭세포 수준에서 머리카락 뿌리부터 흰머리가 나지 않게 하는 효과를 보였다. 회사는 이 물질들을 활용해 부작용 없이 흰머리를 개선하고, 탈모 예방 효과가 있는 제품을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바이오니아 관계자는 "후보물질 발굴 단계라 아직 구체적인 제품군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추후 임상을 거쳐 그 결과에 따라 치료제, 샴푸 등 제품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랩지노믹스는 항암 진단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 증가로 영업이익이 553억원으로 전년대비 5000% 늘었다. 매출도 260%가 증가한 1195억원을 기록했다.
랩지노믹스는 항암신약 개발업체인 에이비온과 액체생검 기반 플랫폼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액체생검은 혈액을 이용한 암 진단 검사법이다. 채내 장기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기존 조직검사와 달리 검사가 빠르고 간편하다. 환자의 상태나 종양의 위치 및 크기 때문에 조직검사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활용할 수 있다.
두 회사는 액체생검 기반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에이비온이 개발 중인 항암제와 동반진단 분야에서도 협업할 계획이다. 동반진단은 약물 투여 전 암의 원인이 되는 특정 요인이 있는를 판별하는데, 항암제 투여에 앞서 약물반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잠재 환자 군을 선별할 때 쓰인다. 신약개발과 진단 분야에서 협력해 동반진단으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진단키트 업계 1위인 씨젠도 신사업 확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씨젠은 지난해 코로나19 진단키트 판매 급증의 수혜를 입고 '1조 클럽'에 진입했던 바 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823% 늘어난 1조1252억원, 영업이익은 6762억원으로 무려 2916%가 늘었다.
씨젠은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성우 부사장을 영입했다. 박 부사장은 미국 하버드 MBA를 졸업한 뒤 JP모건 홍콩·뉴욕을 거쳐 모건스탠리 한국지사 IB(투자은행) 대표, 삼성증권 IB본부 대표를 지냈다. 이어 대림산업 최고재무책임자(CFO)와 M&A 총괄 등을 역임한 30년 경력의 M&A 전문가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이후 진단키트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혀온 만큼 박 부사장 영입과 M&A를 통한 사업 확장에 기대감을 높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특수로 현금을 벌어들인 진단키트 기업들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 다각화를 고려해야 한다"며 "회사마다 전략이 다르지만, 신약개발이나 M&A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두 달 간 진단키트의 수출 금액이 줄어들었지만, 진단키트 수요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파 속도가 빠르고 무증상 감염자의 비율이 높은 코로나19의 특성상 재유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독일과 이탈리아가 또 다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에 돌입하면서 유럽에서 3차 재유행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백신이 바이러스를 단시간 내에 종식시키지는 못한다. 올해 씨젠 매출액은 전년 대비 약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allzer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