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 SK 배터리공장 건설중인 조지아주 방문
조지아주 일자리 놓고 공방...LG, SK 美 공장 인수 카드 제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협상'이 갈수록 꼬여가고 있다. 지난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 침해소송 최종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지만 양측 간의 공방만 거세지는 모양새다.
합의금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최소 3조원을,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을 주장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조지아주 방문, LG에너지솔루션의 SK이노베이션 조지아주 공장 인수 카드, ITC의 특허권 침해소송 예비판결 등 협상을 좌우할 세 가지 변수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 주목...어떤 메시지 내놓을까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9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공장을 건립중인 조지아주를 방문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번 방문은 미국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 대책을 알리기 위한 '대국민 투어'의 일환이다. 양사 간의 소송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하지만 조지아주의 정치적 상징성과 지역 정치인들이 ITC 판결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어떤 영향을 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고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도 폴리 트로튼버그 미국 교통부 차관 지명자 청문회에서 양사 소송을 언급하는 등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견을 표명하고 있다.
켐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지아주 커머스에 건설되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 약 2600명의 인력을 고용할 예정"이라며 "ITC의 결정을 거부하는 대통령의 조치가 없다면 SK이노베이션은 커머스 공장을 폐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조지아주는 공화당 텃밭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면서 상원 다수당이 될 수 있게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조지아주 여론을 마냥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LG "SK 공장 인수할 수 있다" vs SK "대응 할 가치도 없다"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직접 조지아주에 손을 내밀며 어떤 영향을 줄지에 관심이 쏠린다. SK이노베이션이 공장을 폐쇄하더라도 일자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쓰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지난 10일 주 상원의원 래피얼 워녹에게 서한을 보내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만약 외부 투자자가 SK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한다면 이를 운영하는데 LG가 파트너로 참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전기차배터리 공장. [제공=SK이노베이션] 2020.01.16 yunyun@newspim.com |
하지만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해당 제안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공장의 기본적인 설비가 다른데 어떻게 공장을 승계해 돌릴 수가 있겠나"라며 "이는 SK가 LG의 공장을 인수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3년부터 조지아주 2공장에서 'NCM구반반(니켈 90%·코발트 5%·망간 5%)'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며 이는 포드의 전기트럭 F-150에 탑재할 예정이다.
조지아주 2공장은 해당 배터리에 들어갈 부품 조립, 양극재 커팅 방식 등 관련 기술을 담아 건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는 NCM구반반 기술도 없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어떤 상황이 와도 조지아주가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해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 신설에 들어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설 공장 후보지로 조지아주도 검토될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한다.
◆ LG→SK, 제기한 배터리 특허 침해소송 예비판결 예정
나아가 오는 19일(현지시간) ITC가 내놓을 배터리 관련 특허 침해소송 판결이 예정되면서 긴장감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배터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예비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의 SK이노베이션에 대한 배터리 수입금지 결정에 대한 번복을 요청하고자 보낸 서한 [사진=미국 조지아주정부] 2021.03.13 yunyun@newspim.com |
예비결정은 특허권이나 영업비밀 침해 사건을 조사한 ITC 행정판사가 내리는 예비적 판단이다. 하지만 특허 침해 사건에서는 약 90%가 ITC 최종 결정에서 인용돼 왔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 사실상 ITC의 판단이 반영될 것이라며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이 먼저 LG에너지솔루션 측을 상대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지만 조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예비결정이 오는 7월30일로 미뤄진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비결정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이 유리한 판단을 받을 경우 일련의 배터리 소송에서 승기를 굳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SK이노베이션이 전세 역전의 발판으로 삼게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다만 양측은 "이번 예비결정은 (양사 간의 소송전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ITC에서 최종 판결을 내린 '영업비밀 침해소송'이 핵심이고 그외 특허 침해 소송은 여기서 파생된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