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지적에 형량 강화
여야, 추가 법안 준비 나서
처벌 강화로는 한계...시스템 점검 계기 삼아야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 여파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를 근절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법안은 땅 투기 행위를 한 직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공공기관 직원들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처벌 강화에 그친다면 이후에도 땅 투기 의혹은 생길 것으로 보이며 이번 사건을 공공기관 내부의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처벌·조사 강화에 집중...투기 근절 법안 마련 나선 여야
8일 국회에 따르면 정치권에서 공공기관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를 막기 위한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법안들은 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거나 내부 조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공공기관 직원들의 땅 투기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약해 오히려 투기를 조장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부동산 관련 내부정보나 비밀정보를 이용한 투기와 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정보 누설 행위등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금의 3~5배를 벌금으로 물도록 했다. 기존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됐다. 이외에도 정보 누설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부당하게 얻은 이익을 몰수하고 이익이 50억원을 넘는 경우에는 최대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문 의원은 "이번 법안은 땅 투기를 벌인 직원들을 형사상 처벌과 금전적 피해를 강하게 부과하는 패가망신법"이라며 "처벌을 강화해 땅 투기를 하면 얻는 것보다 잃는게 많다는 걸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5일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은 공직자 재산등록과 유사한 방식으로 매년 LH 사장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택 및 토지거래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공개하도록 하는 게 내용이다.
여야는 이들 법안 외에 다른 법안들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의원들이 관련 법안 발의에 나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책위 차원에서 공기업 직원들의 이해충돌방지 관련 법안과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차단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상황이다.
◆ 처벌 강화로는 부족...시스템 구축 기회로 삼아야
발의된 투기 근절 관련 법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처벌 및 조사 강화도 필요하지만 시스템 측면에서 근본적인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땅 투기나 내부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처벌 조항 강화는 한계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8년 3기 신도시 발표 전 고양 창릉지구 개발계획 도면이 LH 직원에 의해 유출되는 사고가 있었다. 사건 이후 정부는 공공주택 특별법을 개정해 신도시 등 개발사업 정보 유출 시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처벌을 강화했지만 이번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지구 토지 사전 매입 의혹 등이 불거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처벌 강화는 보완 수단으로 의미가 있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처벌을 피해 더 교묘한 방식으로 땅 투기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처벌 강화에 더해 근본적인 시스템을 갖추는게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공공기관 내부에서 직원들에 대한 감시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난만큼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기관 직원 및 가족들의 주택 및 부동산 거래를 신고하게 하거나 거주지 외에 부동산 거래를 금지하는 방안등이 거론된다.
기존 법률 적용과정에서 모호한 부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공공기관 직원들의 비밀정보 누설 및 내부정보의 불법적 이용 행위는 공직자윤리법 상 이해충돌방지 의무 위반과 부패방지법 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들을 입증하기 위한 기준이 명확치 않아 실제 처벌은 쉽지 않다. 비밀이용 금지 위반의 경우 의혹을 받는 당사자가 비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에 나섰더라도 다른 정보 등을 활용해 땅을 구입했다고 주장할 경우 이를 처벌하긴 어렵다.
직무상 이해충돌 방지의 경우 위법 행위 기준과 범위를 놓고 일반 시민들과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 입장 차이가 있어 이를 법제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명확한 기준선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투기 의혹 관련자 처벌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면서 "자본시장법처럼 공공기관 직원들의 부동산 거래 등을 신고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이해충돌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