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한파·코로나19 대응 전념해야 할 시점에 '곤혹'
朴정부 말기 최재경 수석 사의 표명과 비슷한 전개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만류에도 불구,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어 청와대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신 수석이 사의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신 수석이 사의 의사를) 유지하고 있다"며 "그 속을 제가 들여다 볼 수 없지만 다만 회의는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제도 그제도 오늘도 모든 회의를 한 번도 거른 적은 없다"면서도 "그 속을 제가 대신 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혹스러운 청와대 내부 기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신 수석은 현재까지 일관되게 사의 의사를 표명해왔고 그 의지도 확고하다. 업무를 계속 보면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사의를 두 번이나 표명, 사실상 청와대를 떠날 생각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2020.12.31 [사진=청와대] |
청와대는 신 수석이 문 대통령의 만류를 받아들여 사의 뜻을 접고 정상적으로 민정수석직을 수행하길 바라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물러나면서 지난해 정점으로 치달았던 검찰과 정권과의 갈등양상을 이제는 접고 어려운 민생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 극한대립 상태를 보였던 검찰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검찰' 출신인 신 수석을 민정수석에 전격 발탁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에 관여했던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 이명신 반부패비서관을 유임시키면서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후 이 비서관과 김 비서관의 사의표명 소식이 나오면서 민정수석실 개편설이 올 초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광철 비서관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아 직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김영식 비서관과 이명신 비서관의 경우 이미 김종호 전 민정수석 때 사의를 표명했지만 후임자를 물색하지 못해 아직 교체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조만간 법무비서관 자리를 포함, 민정수석실 비서관 교체 등 민정라인의 대폭 물갈이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가 민정수석과 법무부 간 이견이 있었다는 점까지 거론하며 신 수석이 왜 사의를 표명하게 됐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한 것 자체가 신 수석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스스로 사의를 철회하게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청와대 주변에선 신 수석이 자신의 뜻을 번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검찰과 법무부 간 중재 역할을 하기 위해 민정수석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민정수석실과 의견을 조율 중인 상태에서 문 대통령에게 검찰 인사안을 보고한 것이 단초가 됐다. 예컨대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까지 받아 검찰 인사를 언론에 독자적으로 발표하는 행태를 보면서 자신의 역할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박범계 장관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는 절차가 의지대로 진행됐고 대통령의 재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만간 단행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신 수석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 경우 사의를 접고 민정수석직을 계속 수행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앞서 지금과 비슷한 상황은 박근혜 정부 말기에도 있었다.
지난 2016년 11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최재경 당시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올바로 보필하지 못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를 두고 당시 야권에선 '정권 붕괴' 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하게 압박했다. 박 전 대통령도 최 수석의 사의를 만류하며 끝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후 청와대는 최 수석이 자신의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청와대 참모진이 사의를 고집한 최재경 수석을 설득했다"고 섣부른 발표를 하기도 했다. 최재경 수석은 곧바로 "상황이 달라진게 없다"고 자신의 뜻을 꺾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인 12월 9일 최 수석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했다.
최악의 고용한파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검찰과의 갈등이 지속되길 바라지 않는 문 대통령이 향후 어떤 수습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nevermin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