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시황, 점진적 회복...글로벌 정제시설 폐쇄 반사이익 기대
석유화학·배터리 등 非정유 투자 확대...사업 다각화 '적극'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코로나19와 국제유가 급락 등으로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업계는 올해 코로나 백신 보급에 따른 경제 활성화, 석유제품 수요 회복 등으로 실적 반등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정유업계는 지난해 낮췄던 정제시설 가동률을 정상화하고 전기차 배터리, 석유화학, 모빌리티 등 비(非)정유 사업을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 올해 BP, 엑슨모빌 정유시설 폐쇄 예정
1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 시황 개선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지난해 역대 최저 수준인 70%까지 낮췄던 정제설비 가동률 조정에 나선다.
에쓰오일 잔사유 고도화시설(Residue Upgrading Complex, RUC) [사진=에쓰오일] |
정유사들은 지난해 코로나19 장기화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감해 재고가 쌓이자 고육지책으로 가동률을 낮추고 정기보수 일정을 앞당겨 실시하기도 했다.
힘든 시기를 견딘 정유사들은 올 하반기 전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요 증가 시기에 수혜를 볼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정유공장들이 잇따라 폐쇄되고 있고 이에 따른 공급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미국 최대 정유기업인 마라톤페트롤리엄이 정유시설 폐쇄를 한데 이어 올해 안에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미국 엑슨모빌이 각각 호주에서 운영하던 정유시설을 폐쇄할 계획을 발표했다.
에쓰오일은 "세계 각국에서 경쟁력 없는 설비들의 폐쇄가 늘고 있어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 영향이 제한적인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의 접종 확산으로 석유제품의 수요가 회복되면서 정제 마진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배터리∙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 미래먹거리로
불확실성이 커진 정유사업을 대체하기 위한 비정유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정유사들은 지난해 정유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석유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의 선방으로 실적을 방어했다.
에쓰오일이 지난해 4분기 정유4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유사업에서 897억원 적자를 냈지만 석유화학(727억원), 윤활기유(1101억원)에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세계 석유제품 수요 감소와 정제마진 하락 속에서도 석유화학 원료인 산화프로필렌(자동차와 가전제품의 내장재로 많이 쓰이는 폴리우레탄의 원료)과 윤활기유, 저유황 선박유(LSFO) 등 수익성이 좋은 제품 생산을 최대로 끌어올린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에쓰오일은 올해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의 가동률을 '풀가동'하고 하반기 내에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올해 석유화학 시설 가동을 준비중이다. GS칼텍스는 상반기 올레핀 생산시설(MFC)을, 현대오일뱅크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은 하반기 중질유 복합석유화학공장(HPC)을 가동할 예정이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과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등 소재 사업 확대에 집중한다.
오는 2025년까지 국내외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로 확대하고 소재 사업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2023년까지 증평, 폴란드, 중국 창저우 등 국내외 생산공장에서 총 18.7억㎡ 분리막 생산 능력을 갖춰 글로벌 생산능력 30%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