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횡령 재판 중 과세…MB "구치소서 통지 못받아"
"2008~2011년도 소득세, 세금부과 제척기간 지나 무효"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차명 부동산 임대 수익에 대한 세금 부과사실을 통지받지 못했다며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이 전 대통령이 강남세무서장과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다스 비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0.02.19 mironj19@newspim.com |
재판부는 "강남세무서의 납세고지서 송달 자체는 적법하다"면서도 "(세금)부과 제척기간이 지난 상태에서 이뤄진 과세 처분에 해당해 무효"라고 봤다.
과세당국은 이 전 대통령에게 2008~2011년도에 대한 세금을 부과했는데 국세기본법에서 정한 '장기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아닌 '5년'의 제척기간이 적용돼 이 기간을 경과해 이뤄진 처분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장기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세 대상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해야 하는데 해당 부동산이 비록 이 전 대통령의 차명재산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부동산의 임대소득에 관한 소득세 등은 이미 납부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전 대통령이 임대수익을 얻었다 하더라도 소득세 등을 탈루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과세당국은 지난 2018년 10월 경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전 대통령의 친누나인 고(故) 이귀선 씨 명의로 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상가와 부천시 공장 등 부동산을 차명 보유하면서 발생된 임대 소득이 과세 대상에서 누락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강남세무서와 강남구청은 같은 해 11월 이 전 대통령에게 2008~2011년도 종합소득세 1억2500만여원과 지방소득세 1200만여원을 각각 부과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상태로 다스(DAS) 자금 횡령 등 혐의 재판을 받고 있었고 납세고지서는 이 전 대통령 대신 아들인 이시형 씨와 전 청와대 경호실 직원 등이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대통령은 "과세 처분 당시 구치소에 있었기 때문에 납세고지서를 송달받지 못했고 2019년 3월 보석 결정을 받은 뒤에야 세금 부과 사실을 알게 됐다"며 조세심판원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이의신청 불복기간인 90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되자 지난해 2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에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확정받고 현재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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