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관련 사건의 정점으로 꼽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청와대로 향해가던 검찰의 수사가 차질을 빚게 됐다.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부장은 8일 오후 2시 30분부터 301호 법정에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사전구속영장 심사를 받기 전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2.08 memory4444444@newspim.com |
심문은 약 6시간 만에 종료됐다.
오 판사는 심리 끝에 9일 새벽 1시께 백 전 장관을 상대로 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판사는 "피의자가 원전의 즉시 가동중단을 지시하거나 경제성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고 있다"며 "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고, 범죄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이므로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주요 참고인(산자부 국장 등)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여서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백 전 장관이 직권 남용해 산업부 관계자들이 지시에 따랐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백 전 장관도 영장 심사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안전을 최수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월성원전 사건과 관련해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혐의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4월 3일 산자부 과장 A씨로부터 월성원전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받은 뒤 그를 질책하고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쓰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청와대 수사 '제동'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청와대로 향하던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가동 중단을 하도록 한국수력원자력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를 입증할 보강 증거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의 신병이 확보되는대로 이 사건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인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을 소환해 후속 수사를 할 것으로 점쳐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5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 관련해 산자부 국장 A씨와 서기관 B씨는 구속 기소됐다.
산자부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으로 감사원 감사가 착수되자 산자부 직원들이 2019년 12월 관련 문건 530여개를 삭제했다. 산자부는 삭제한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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