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맡은 두산인프라코어는 현대重으로 매각 앞둬
두산 '4세·책임경영' 안착..경영진 복귀 가능성 낮아
"풍부한 경험·넓은 인맥 활용 제3역할 찾을 것" 전망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다음 달 상의 회장직을 내려 놓으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박 회장이 회장직을 겸임하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조만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될 예정인데다 두산그룹의 '4세경영' 여건상 두산 경영복귀는 여의치 않다는 평이다.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풍부한 정·재계 네트워크와 경영의 경험을 살려 제3의 새로운 역할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다음달 중 상의 회장에서 물러난다. 상의 신임 회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맡게될 것이란 전망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
박 회장이 상의 회장직에서 물러나면 남는 직함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직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 회사는 조만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될 예정이어서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조만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상반기 내 인수합병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박 회장의 거취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를 제외하면 두산밥캣 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두산밥캣은 지난 2007년 박 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대표 시절 직접 공을 들여 인수한 회사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두산밥캣의 인수자금은 총 5조7000억원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인수 업체 규모로는 사상 최대였다.
다만 두산그룹 '4세 경영' 체제가 안착된 상황에서 3세 경영의 중심이던 박 회장이 두산 경영으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두산밥캣만 하더라도 박 회장의 형인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차남 박형원 부사장이 경영에 참여 중이다.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오리콤 부사장), 박재원(두산인프라코어 전무)씨도 두산 경영의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더구나 박 회장은 그동안 두산퓨얼셀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는 등 두산 경영에서 물러난 다른 3세대들과 행동을 같이해 왔다.
지난해 12월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을 비롯한 두산 일가 13명은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 일환으로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증여했다. 박 회장(4.24%)을 비롯한 박용성 전 회장(3.46%), 박용현 이사장(3.42%) 등 두산 3세는 지분 전량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사재출현에 쓰인 셈이다.
박 회장이 지주사인 ㈜두산의 주요 주주(지분 4.26%)라는 점에서 지주사 이사회 참여 등 주요 주주로서의 역할모델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일부 있다. 하지만 이도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박정원 현 두산 회장의 이사회 의장 임기가 다음달까지이지만, 두산 정상화를 위해 '책임경영'을 내세우고 있어 연임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런 맥락에서 재계는 박 회장의 두산 경영복귀보다는 그의 풍부한 경영적 경험과 인맥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을 찾을 것이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특히 그는 상의 회장으로 활동하며 정·재계를 아우르는 넓은 인맥 네트워크를 다져온 만큼 재계 차원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제3의 역할을 찾을 가능성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풍부한 해외 경험 등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와 글로벌 기업을 매칭하는 해외에서의 역할을 희망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라며 "7년간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규제개혁 등 경제 발전에 앞장선 만큼 재계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두산 관계자는 "박 회장의 거취에 관해서는 어떤 것도 정해진 바 없다"라고 전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