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익숙한 배우가 아닌, 늘 다른 역할로 낯설게 다가가고 싶어요. 무작정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것보다 그냥 '배우'로 오래 각인 되고 싶어요."
배우 이봉련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무려 세 작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그리고 JTBC '런 온'을 통해 시청자들과 꾸준히 만나며 매번 다른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가득 채워 가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봉련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2.03 alice09@newspim.com |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어요(웃음). 저라는 배우가 매번 다른 모습으로 다른 매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분 좋죠. '수도꼭지처럼 틀면 나온다'라는 평가도 받았고요.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고요. 코로나19로 힘들지만, 기분 좋은 일도 같이 생기네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JTBC '런 온'은 같은 한국말을 쓰면서도 소통이 어려운 시대, 서로 다른 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각자의 언어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사랑을 향해 '런 온'하는 로맨스 드라마이다. 여기서 이봉련은 미주의 선배이자 현 동거인인 작은 영화사 오월의 대표 박매이를 연기했다.
"제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봉련의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게 매이랑 많이 달랐어요. 그래서 매이의 기질에 가까이 가고자 노력을 많이 했죠. 대본에 매이의 성격이나 말투가 자세히 나와 있어서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요. 박매이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이봉련의 소심함을 떨쳐내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박매이는 룸메이트 오미주(신세경)의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하며 드라마의 편안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여기에 촌철살인 조언으로 쾌감을 느끼게 하는 등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큰 언니 같은 모습으로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는 2030 세대에 제대로 통했다.
"2030 세대가 박매이라는 캐릭터에 좀 기대고 싶고, 같이 살고 싶고, 조언도 얻고 싶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 대한 평가도 읽어보곤 했는데, '내가 매이 언니 같은 사람이 없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매이 언니가 되고 싶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그런 마음들이 2030 세대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봉련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2.03 alice09@newspim.com |
이봉련은 신세경의 룸메이트 역할을 했기에 남다른 케미와 호흡을 자랑했다. 그러다보니 '워맨스(워먼+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두 사람이 선보이는 '말맛'은 매회 호평을 이끌어냈다.
"매이는 미주와 함께 있기 때문에 존재했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세경 씨랑 촬영하는 내내 정말 따뜻했어요. '런온'은 알콩달콩, 로맨스가 있었던 드라마였잖아요. 현장 분위기도 마찬가지였어요. 세경 씨가 가지고 있는 따뜻함이 촬영할 때 도움이 많이 됐죠(웃음)."
그에게 이번 작품은 마음 한편에 제대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역시 '막장'의 요소 없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평범하게 그려냈던 만큼, 배우들 역시 따뜻함을 느끼며 촬영에 임했다고.
"저라는 배우가 이런 색깔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도 그렇고, 상대 배우와 호흡도 정말 편안하고 좋았어요. '런 온'은 촬영하며 보여주고 싶었던 게 케미였는데, 케미가 좋다는 평을 많이 들어서 더 기분 좋았어요."
배우 이봉련은 최근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을,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 중에서도 '배우 이봉련'을 제대로 각인 시킨 작품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 홈'이다. 이 작품에서 아이를 잃은 엄마 명숙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이봉련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21.02.03 alice09@newspim.com |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할이라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욱 집중해서 촬영했죠. 아쉬운 게 있다면 액션이었어요. 근육괴물에 올라타고, 응징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더 해보고 싶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많은 분들이 보셨을 때, 공감해주시고 마음 써주셔서 제가 준비한 게 헛되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스위트 홈'에서 명숙은 사고로 아이를 잃고, 충격에 빈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인물이다. 그러다 '아이'에 대한 욕망이 강해져 괴물화가 되지만, 그 누구도 해치지 않는 선이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역할을 준비할 때, 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도움이 될 때가 있어요. 하지만 명숙은 자료를 수집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더라고요. 다른 사람의 아픔을, 그것도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계속 찾아야 하잖아요. 그래서 대본에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 상황에 맞는 감정을 상상하는 게 전부더라고요."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해 그간 수많은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에서 활동했다. 데뷔 16년차이지만, 그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배우'로 각인되고 싶다고 밝혔다.
"좋은 분들과 만나서 호흡하고 싶고, 익숙한 배우보다, 다양한 역할로 사람들에게 낯설게 보이고 싶어요. 무작정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는 건 목표가 아니에요. 욕심이라고 할까요? 그냥 지금처럼 관객에게 배우로서 오래 각인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