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손실보상 제도화, 중기부가 검토하라" 지시
홍남기 "재정은 화수분 아니다" 거듭 재정건전성 강조
[서울=뉴스핌] 이영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기획재정부가 반대하고 있는 '손실보상제' 법제화를 직접 주문하면서 예산·재정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를 주무부처로 지목,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고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에도 방역 태세를 굳건히 유지하고 병행해 나가야 하지만, 상황에 따라 국민의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거리두기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정 범위에서 손실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중기부 등 관련 부처와 함께, 또한 당정이 함께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오후 2시 30분부터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새해 업무보고를 받았다. 업무보고는 청와대와 정부세종청사를 화상으로 연결해 진행됐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문 대통령의 언급은 코로나19 손실보상 법제화를 둘러싼 당정 간 혼란을 직접 수습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와 여당 간, 또 정부 내부에서도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엇박자를 내면서 국정에 부담이 됐다는 판단이다.
다만 '중기부'를 콕 집어 언급한 것을 두고 문 대통령의 의중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정례브리핑에서 손실보상제 법제화와 관련, "법제화한 나라를 찾기 쉽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정세균 총리는 김 차관의 발언이 나온 이튿날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인가"라며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의 질책에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자영업 손실보상제와 관련해서는 기재부도 어떠한 형태로든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부점검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홍 부총리는 그러면서도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과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 재정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면서 국가 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고 거듭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이후 홍 부총리가 고위 당정청회의에 감기몸살을 이유로 불참, 정부 내 갈등설이 지속되자 문 대통령이 교통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재난지원금 등 재정과 관련된 것은 기재부가 하는게 맞지만 손실보상제 법제화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무부처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확대해석을 차단하고 있다. 갈등설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중기부 영역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매번 정부의 지원대책에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홍 부총리를 '패싱'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회적으로 사퇴압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갈수록 홍남기 부총리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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