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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들 삶 담긴 자서전 2권 발간

기사입력 : 2021년01월14일 11:37

최종수정 : 2021년01월14일 11:37

양금덕·김성주·김정주 할머니 역정 담은 '자서전'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10대 어린 나이에 여자근로정신대로 동원된 일제 강제노역 피해 할머니들의 삶이 담긴 자서전 2권이 발간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양금덕(91)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한마디', 김성주(93)·김정주(91) 자매 할머니의 인생을 푼 '마르지 않는 눈물'을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자서전의 주인공들은 일제 말기인 1944년~1945년 10대 어린 나이에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할수 있다"는 일본인 교장 선생이나 담임 선생의 꾀임에 의해 일본 군수업체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 회사 등으로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자필로 쓴 편지를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9.12.19 kh10890@newspim.com

양금덕 할머니는 나주대정국민학교(현 나주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다가 1944년 6월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됐고, 자매가 차례로 근로정신대로 동원된 김성주 할머니는 순천남국민학교를 졸업하고 1944년 6월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생인 김정주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언니를 만날 수 있다"는 말에 1945년 2월 국민학교 졸업식을 코앞에 두고 후지코시 회사로 각각 동원됐다.

이들은 일본에서의 강제노역 피해는 물론,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서도 "일본에 다녀왔다"는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가정불화를 겪는 등 오랫동안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뒤늦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를 무릅쓰고 일본정부와 일제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명예회복을 위한 일본 소송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일본 소송에서는 실패했지만 일본정부가 내놓은 후생연금 99엔은 새로운 싸움의 불씨가 되었고, 이들은 2012년과 2013년 각각 미쓰비시중공업과 후지코시를 상대로 광주와 서울에서 소송에 나섰다.

[광주=뉴스핌] 전경훈 기자 =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의 사죄를 요구하는 '근로정신대'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일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07.01 kh10890@newspim.com

마침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은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가 했지만 일본정부의 방해로 판결 이행을 둘러싼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김정주 할머니가 후지코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도 2019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승소해, 현재 대법원의 마지막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금덕 할머니가 지금까지 법정투쟁에 매달린 시간은 장장 29년째, 일본 법원에서 기각 패소된 것만 9차례다. 

양 할머니는 1992년 광주 천인소송 원고로 일본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을 시작으로, 1994년 관부재판, 1999년 나고야 소송에 나섰지만 각각 최고재판소에서 패소했고, 이어 2012년 광주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2018년 마침내 대법원에서 승소하기까지 진실회복을 위한 싸움에 온 생을 바쳤다.

자매인 김성주·김정주 할머니 역시 일제의 한을 풀기 위해 각각 투쟁에 나선 지 20여 년 안팎이다. 언니 김성주 할머니는 2000년 12월 나고야 소송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1년의 세월, 동생인 김정주 할머니도 2003년 4월 후지코시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해 현재 18년째다.

양금덕 할머니의 인생을 담은 '죽기 전에 듣고 싶은 한마디' 자서전 [사진=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 2021.01.14 kh10890@newspim.com

자서전에는 주인공들이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거나 재학 중이었던 10대 어린 나이에 일본에 끌려간 경위, 일본 현지에서 겪은 지진과 미군 공습에 대한 공포, 해방 후 겪어야 했던 또 다른 아픔, 그리고 거듭된 좌절을 딛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고된 인생역정이 담담히 풀어져 있다.

주인공들의 삶은 우리의 굴곡진 근현대사의 단면이다. 일제에 빼앗긴 세월을 되찾기 위해 일본에 이어 한국 법정에서까지 싸워 온 피해자들의 고난에 찬 역정은, 그 자체로 일본 제국주의 범죄를 고발해 온 인권투쟁의 역사이자, 장엄한 인간 승리의 기록이기도 하다.

근로정신대 문제를 접할 수 있는 교양 도서 하나 없는 실정에서 자서전은 여자근로정신대 문제를 이해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자서전 2권의 발간비 1000만원은 시민들의 기부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재단'과 '카카오같이가치'에서 진행한 온라인 모금 캠페인에 564명이 직접기부, 9384명이 참여기부자로 힘을 보탰고, 일본 지원단체 '나고야소송지원회'에서도 30만엔(한화 약 316만원)과 함께 축하 현수막을 보내 마음을 보탰다.

kh10890@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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