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A씨, 16년간 무임금 노동…소멸시효 완성으로 임금 못 받아
헌재 "소멸시효를 10년으로 둔 것은 합헌…입법적 개선은 필요"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부당하게 재산권을 침해받았거나 임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경우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는 부당이득금에 10년의 소멸시효를 둔 현행 민법 조항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A씨와 B씨가 민법 제162조 제1항 및 166조 제1항에 대해 낸 위헌소원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7일 밝혔다.
청구인들은 지적장애 2급의 장애인들로, 2001년과 2002년경부터 2016년 10월까지 한 한과공장에서 15년 넘게 일했지만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후 고용주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2017년 징역 2년을 확정 받았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의 모습. /김학선 기자 yooksa@ |
문제는 청구인들이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대해 2018년 1월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면서 발생했다. 현행 민법은 채권의 경우 손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하고 있다. 법원은 이 조항을 근거로 A씨와 B씨의 청구를 일부 기각했다.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을 낸 시점은 이미 불법행위가 발생한 2001~2002년경보다 10년이 훨씬 지난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청구인들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해당 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은 그 이외 수단으로 이득을 도로 찾아올 수 없는 경우 성립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반환의무자인 수익자의 법적 지위가 다소 불안정하게 된다"며 "채권 일반에 관한 원칙적 시효 기간인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도록 함으로써 민사 법률관계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령 이 조항이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 학대'에 관한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규정돼 있다고 해도 이 이유로 입법자에게 부여된 형성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민법상 소멸시효 조항은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선애 재판관은 "입법론으로 지적장애인에 대한 장애인 학대 사건의 경우 소멸시효 기간을 현행법보다 장기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보충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은 "지적장애인들이 근로조건에 관해 제대로 협의하지 못하거나 의식주에 대한 의존관계 등으로 인해 부당하게 형성된 근로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할 때, 장애인이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은 10년 전 부분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 학대 사건의 경우 소멸시효기간을 현행 10년보다 장기화하는 입법적 개선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