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영국 법원이 4일(현지시간)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에 대한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불허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런던 중앙형사법원의 바네사 배래쳐 판사는 이날 어산지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자살할 심각한 위험이 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WP는 많은 전문가들이 영국 법원이 어산지에 대한 미국 인도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재판부는 그가 미국에 수감될 경우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변호인측은 어산지가 심각한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 해 영국 감방 안에서 면도날이 발견됐고 실제로 의료진에게도 자살에 대해 언급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고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국의 슈퍼맥스 감옥시설 등을 언급하며 어산지가 이같은 시설에 수감될 경우 자살을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다만 재판부는 범죄인 인도 요청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미국 정부의 부당한 정치적 압박이라거나, 미국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란 변호인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배래쳐 판사는 "미국에서도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란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날 영국 법원 주변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라고 적히 플래카드 등을 들고 지지자들이 어산지에 대한 즉각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판결에 반발, 항소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어산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문서, 국무부 비밀 외교 문서 등 기밀 문서를 빼내 공개했다며 2019년 방첩법(Espionage Act) 위반 혐의 등 18개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서 7년간 도피 생활을 하다가 지난 2018년 영국 경찰에 체포된 뒤 교도소에서 복역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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