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따른 격변 속 디지털전환에 사활
팬데믹 위기에 지속가능성·상생 가치 강조
저금리 기조 속 포트폴리오 변화 필요성
금소법 시행 앞서 리스크 관리 강화 방점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국내 금융그룹이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적 확산) 여파로 일제히 언택트(비대면) 시무식을 개최한 가운데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환경에 걸맞는 새해 목표를 제시했다. 코로나19로 언택트 기술이 일상에 빠르게 반영되면서 금융권은 디지털전환(DT)이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제 1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 속 포트폴리오 재편과 리스크 관리, ESG 경영 강화 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열린 시무식을 통해 직원들을 만났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따로 행사를 열지 않고 이메일을 통해 신년사를 전했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 "디지털·ESG는 생존 과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4일 신년사를 통해 "언택트의 일상화 등 코로나19로 인해 미래 한국 금융은 더욱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대변화 시대를 누가 발 빠르게 대응하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1위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각 플랫폼의 역할에 맞는 특화된 종합금융플랫폼을 구현해야 한다"며 "빅테크와는 차별화된 종합금융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윤 회장은 ESG 경영에 대해선 "'RE100'의 선제적 가입을 통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등 그린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핵심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스크관리체계를 고도화하고 환경변화에 부합하는 리스크 관리체계를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DT에 사활을 걸겠다는 뜻을 강하게 나타냈다. 조 회장은 "핀테크, 빅테크 등 다양한 기업과 협력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겠다"며 "디지털, 융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계획, 교육 과정, HR플랫폼까지 그룹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조 회장은 "코로나 위기로 미래를 함께 하는 따뜻한 금융의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때"라며 "미래 세대에게 건강한 환경을 물려주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상생의 성장 생태계를 만드는 친환경금융과 혁신금융을 더욱 힘있게 추진하자"고 전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플랫폼 금융은 이를 위한 최적의 도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기 전에 다양한 생활 플랫폼과 제휴해 하나금융그룹이 주도하는 '생활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며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도 인식 전환을 요구했다. 김 회장은 "국내 중심의 마인드에서 벗어나, 사업구상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시장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고, 모든 것을 글로벌 마인드에 기반하여 시작해야 한다"며 "상품, 프로세스, 시스템, 인재채용 등 모든 업무영역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운영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금리 기조 속 동력 강화
제로금리대에 따른 수익 회복을 위한 해법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그룹 내 아직 비어있는 비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그룹성장을 위한 동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심할 땐 비용 효율성 극대화가 우선"이라며 "CIB, 자산관리 등 그룹의 주요 사업 시너지를 강화해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ESG경영 강화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지주 설립후 2년간 그룹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왔다"며 "올해부터는 종합금융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해 우리금융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2050 탄소중립 및 한국형 뉴딜 정책에 발맞춰 금융의 사회적, 환경적 가치 창출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손병환 신임 농협금융 회장은 취임사 겸 신년사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농협금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위기대응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구축하고 고객들의 신뢰 확보를 위해 리스크 관리를 견고히 하겠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고객과 시장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금융회사는 시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며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 입장에서 리스크를 점검하는 등 소비자보호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손 회장은 수익센터 역할에 충실한 조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타금융회사와 달리 농업·농촌과 농업인 지원을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특별한 역할이 있다"며 "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