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위→경감 2년 줄여…순경→경감 23년 6개월
10단계 계급 등 '압정' 인사 구조 개선 여전한 과제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내년부터 경찰 근속승진 기간이 2년 단축되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피라미드'보다 심한 '압정' 구조의 경찰 인사 구도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계급 체계의 개선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는 경위에서 경감으로 근속승진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8년으로 2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은 일제히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인사 적체 해소 및 사기 진작 등 효과를 기대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그간 경찰 업무가 높은 강도에 비해 승진에서 일반 공무원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며 "대부분 경찰관들은 근속승진 단축을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형평성 측면에서 이제야 일반 공무원과 같아진 것"이라며 "승진이 지금보다 빨라지므로 인사 적체 해소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근속승진은 특정 계급에서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경찰관을 1계급 승진시키는 제도다. 현행법상 순경에서 경장으로 승진하려면 4년 이상 근무해야 한다. 경장→경사는 5년 이상, 경사→경위는 6년 6개월 이상 걸린다.
기존 경위→경감 10년 이상까지 포함하면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관이 특진 이외 일반적인 경로로 경감까지 승진하려면 25년 6개월이 걸렸다. 이와 달리 일반 공무원이 9급에서 시작해 6급까지 승진하는데 걸리는 기간은 23년 6개월로 경찰 공무원보다 2년 짧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근속승진 기간이 2년 단축되면서 순경에서 경감까지 승진 기간은 23년 6개월으로 일반 공무원과 같아지게 됐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제 574주년 한글날인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과 거리가 시위 및 집회 등을 차단하기 위해 통제되고 있다. 2020.10.09 kilroy023@newspim.com |
일각에서는 이번 근속승진 단축을 발판 삼아 일반 공무원보다 더 많은 경찰 계급 구조 등 인사 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 공무원은 순경부터 치안정감까지 10단계(차관급인 치안총감 제외)인 반면 일반 공무원은 9급부터 1급까지 9단계 계급이다. 경찰이 일반 공무원에 비해 복잡한 계급 체계로 승진과 기본급, 기본급과 비례해 적립되는 연금 등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경찰 근속승진은 일반 공무원보다 2년 길다"며 "경찰을 더 대우해달라는 게 아니라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맞춰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조직은 아래는 넓고 위는 뾰족한 압정 구조로 경찰 생활 30년 넘게 해도 경감까지 못 가고 경위에서 끝내는 경우도 많다"며 "(9급) 공무원은 5급으로 끝낼 수 있는데 경찰은 5급보다 낮은 6급에서 끝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내년 인사부터 근속승진 2년 단축을 적용한다. 각 지방경찰청은 연말연초 근속승진 대상자를 추린다. 경찰 계급별 인력을 보면 2019년 말 기준 순경 3만7858명, 경장 3만1545명, 경사 2만5628명, 경위 1만5853명 등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며 "각 지방경찰청에서 1월 1일 임박해 근속승진 대상자 명단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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