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동결→정치 관계 전환→핵 금지 성문화→비핵화" 추진
"중국, 협상 끌어내기...한국은 북에 유인책 제공 역할 등 가능"
[서울=뉴스핌] 김사헌 기자 =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미국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장기 목표를 곧장 추진하기 보다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데 집중하고 이어 양국 관계 전환과 핵 개발 금지의 성문화 등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차 석좌는 지난 8일 밀켄연구소 주최 '아시아서밋'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미국 CNBC뉴스 '스트리트사인스 아시아'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직진하는 전략은 효과가 없었다"면서 4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CSIS 사이트 캡쳐] |
차 석좌는 우선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이것이 통제가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고 먼저 제한하고 동결하는 것부터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과거에 늘 비핵화를 우선하려고 했고, 그 결과는 핵 무기 개발 확대와 추가 핵 실험이었다"고 회고했다.
차 석좌는 이어 "미국은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 개발 프로그램 확대 중단이라는 '잠정 동결 협상(interim freeze deal)'을 획득한 뒤 북한과의 '정치적 관계의 전환(transform the political relationship)'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두 번째 단계를 제시했다. 이 때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 싸우기 보다는 비핵화를 위해 좀더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이어 해법의 3단계는 미사일 실험과 핵 물질 생산 금지를 성문화함으로써 위협을 줄이는 것이며, 마지막 4단계가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폐지를 포함하는 비핵화라고 차 석좌는 제시했다. 이런 4단계 해법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 동안은 이런 순서대로 추진된 적은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차 석좌는 단계적 해법의 최종 결과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1990년대와 비교할 때 지금은 엄청나게 거대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우리가 바라는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동안 정상 외교도 해봤고 6자회담도 해봤고 또 양자대화도 시도했지만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것들도 다시 회귀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 장면 [사진=노동신문] |
한편 차 석좌는 비핵화를 추진할 때 다른 나라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다양한 역할이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과 이해관계를 완전히 겹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력을 행사할 수 있고, 다만 핵 무기를 포기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달리 한국 정부는 남북 경협에 매우 높은 이해관계를 가진다면서 "한국은 비핵화의 중간 단계들을 거치기 위한 노력에 기꺼이 협력할 것이며, 북한이 그 길로 나올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herra7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