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0 당국 신용대출 규제 앞두고 선수요 쏠려
기타대출 7.4조 증가, 자산투자 관련 수요 계속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11월 은행 가계대출이 14조원 가까이 늘며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에 앞두고 대출 막차 수요가 쏠린 것이 주 원인으로 지목된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전월대비 13조6000억원 증가한 982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증가폭은 지난 8월 11조7000억원보다 2조원 가량 많으며 지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자료=한국은행] |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은 7조4000억원 늘었다. 이 역시 속보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생활자금 대출이 꾸준히 지속된 데다가, 부동산 매매 관련 자금과 공모주 청약에 따른 증거금 확보 수요가 이어졌다. 11월 중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전월 5만1000호에서 6만8000호로 확대됐으며, 이중 수도권 거래량은 지난달 2만호에서 11월 2만5000호로 늘었다.
특히, 11월 30일부터 고액 신용대출 규제를 앞두고 대출 선수요가 폭발했다는 분석이다. 윤옥자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11월 30일 신용대출 규제 시행 전에 미리 자금을 확보하려는 선수요가 신용대출을 늘리는데 주로 기인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지난달 30일부터 은행들의 고(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비중을 하향 조정하고 연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으면 개인단위 DSR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또 신용대출을 1억원 넘게 받은 경우엔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주택을 구매하면 대출이 2주내 회수된다.
주택담보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미 승인된 집단대출이 실행되고 주택 매매거래 관련 자금수요도 이어지면서 10월(6조8000억원)과 비슷한 증가폭을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 증가폭은 10월 3조원에서 11월 2조3000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가파른 증가속도가 금융안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타대출 증가폭이 주담대를 넘어선건 2018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윤 과장은 "기타대출이 주담대에 더해서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이 되는 건 부담이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유의할 부분이 있다"며 "주담대 뿐 아니라 주담대 규제를 우회해서 신용대출이 늘어나는건 경계감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982조원으로 전월대비 6조7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2009년 속보 작성 이래 최대폭 확대됐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은 7조원이 치솟으며 역대 11월 가운데 사상 최대폭 늘었다. 개인사업자와 중소법인의 대출수요와 은행과 정부의 금융지원이 이어지면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됐다.
반면, 대기업 대출은 3000억원 감소했다, 회사채는 계절적인 발행물량 감소 등으로 순발행 규모 축소됐다. 기업들이 3분기 실적발표에 앞서 부채율 관리에 나선 것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11월말 은행 수신은 전월대비 21조6000억원 증가하며 1914조원을 기록했다. 증가규모는 10월 2조3000억원에 비해 늘었다. 이는 가계와 법인의 일시적 자금 예치로 수시입출식 예금이 21조3000억원 폭증한데 기인했다.
한편, 정기예금은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달에 비해 3조1000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 정기예금은 총 8조원이 빠져나갔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710조7000억원으로 11월 중 6조5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10월(14조9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대폭 줄었다. 상품별로는 머니마켓펀드(MMF) 증가규모가 국고여유자금 회수 등으로 12조7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한편, 주식형펀드는 증시 호조로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10월 1조원에서 11월 3조2000억원으로 증가규모가 확대됐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