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장기간 투자해 시장 본격 확대, '한전'이 빼앗는 꼴"
한전, 신안해상풍력 전기사업 허가전 계통 1.5GW 선 배분..."미래 불보듯"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한국전력공사의 풍력발전 사업 진출 시도에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전력시장에서 '심판' 역할을 하는 한전이 '선수'로 뛸 경우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 법안은 한전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게 골자다. 현행법상 한전은 전기 판매만 할 수 있고 직접 생산은 할 수 없다. 한전의 전력 사업 독점화를 막기 위해 지난 2001년 개정한 내용이다 .
국내 최초 탐라해상풍력 발전단지 전경[제공=두산중공업] |
협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은 전력시장에서 전력 판매와 송배전망 건설 및 운영 등 독점 또는 우월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중요 인허가 곳곳에서 '심판' 역할을 하는 한전이 발전사업에 직접 진입할 경우 '선수' 역할을 하는 현 발전공기업과 민간발전기업으로서 공정한 경쟁과 상생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전이 별다른 법적 규제나 독립 법인 설립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개발부서 조직을 분할하지 않고 사내 회계와 조직 분할, 자체적인 전력계통망 정보 공개 여부 등 부서 재편성 등의 조치 만으로 시장 공정성을 지키고 민간 영역 침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면서 "업계에서는 전혀 공감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풍력업계는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이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의 조짐이 벌써부터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전은 전기사업허가 이전 사업 예정 입지에서 전력계통연계 가능 용량이나 경과지(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입지) 검토 업무 등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전력계통에 접속하기 위한 송전용 전기설비 구축, 재생에너지 지원제도인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거래가격에 대한 심의, 검토 및 비용평가 등도 맡고있다.
이런 가운데 문제로 지목한 사업은 정부가 전남 신안군에 2029년까지 3단계에 걸쳐 8.2기가와트(GW) 규모로 조성하는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다. 한전은 2028년까지 11조원을 들여 1.5기가와트 규모의 해상풍력발전단지와 3기가와트 규모의 송변전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전이 송변전설비를 총 3기가와트를 깔면서 이중 1.5기가와트를 자신들이 해상풍력발전사업을 통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아직 전기사업자 허가도 받지 않은 상태인데 허가를 당연시 하는 모습이 불공정 경쟁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사업자로 허가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풍황계측기를 설치해 1년 이상 풍황을 계측한 결과보고서를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입지의 적정성, 한전의 잔여 계통용량 등도 심의 내용에 포함돼 최종 허가가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신안 해상풍력발전단지에서 이미 허가를 받은 민간 발전사업자들도 기약없이 전력계통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전은 아직 풍황계측 결과보고서도 내지 않았는데 3기가와트중 1.5기가와트를 자신들의 몫으로 정해놨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장에 토론자로 참석한 한 민간 기업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장기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서 공을 들였다"면서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등 이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할 조짐을 보이니 '심판'인 한전이 시장을 집어 삼키려고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전이 밝힌 신재생에너지 사업 진출 이유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한전은 민간 발전 사업자들이 기업 규모나 기업 규모와 자금 조달 능력이 부족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직접 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풍력협회에서는 "한전의 이런 발언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현재 국내 풍력시장은 기존 발전사업자들이 육상풍력 약 9.5GW, 해상풍력 약 25.5GW의 사업을 계획, 추진할 정도로 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수 기업들이 개발에 참여 중이고 좋은 투자처에 목 말라 있는 국내 금융권을 통해 충분히 자금 수혈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대규모 단지 조성이 어려운 배경에 대해 "주민수용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사업추진을 위한 애로사항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전이 사업개발에 참여해도 주민수용성과 복잡한 인허가 절차는 공통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전의 주장대로 자금력이 충분하다면 전력계통을 보강, 확충하는 고유업무에 매진하는 것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최적 답안"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한전의 발전사업 진출 허용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일부개정안'은 지난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됐지만 끝내 처리되지 못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