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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용 쥐 되고 싶지 않아"…코로나19 백신? 시민들은 '시큰둥'

기사입력 : 2020년11월20일 15:43

최종수정 : 2020년11월20일 15:47

일본 3억병, 유럽연합 20억병 코로나19 백신 선구매
시민들은 불신…"검증 안 된 백신 못 믿어"
방역당국 "부작용 지켜보면서 접종계획 신중하게 수립"

[서울=뉴스핌] 김유림 기자 =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돈 내고 실험용 쥐가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은 효과가 검증된 이후 접종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백신 개발 기간이 짧았던 데다 최근 독감백신 사망 사례 등에 따른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탓에 안전성 검증까지 충분한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천천히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고 접종계획을 수립한다는 입장이다.

20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Pfizer)와 모더나(Moderna)가 코로나19 백신 임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발표하고 이르면 연내 접종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주요 선진국들은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도 안 받은 두 제약사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화이자는 내년까지 13억5000만회분의 공급이 가능하며, 이중 90%는 이미 선구매 주문을 받았다. 모더나는 내년 목표 공급량 5억~10억회분 중에서 미국에서만 5억회분을 확보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넉 달 동안 코로나19 백신을 3억병 이상 확보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 존슨앤드존슨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제약사 등과 20억 회분 이상의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면 우리나라 정부는 현재까지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선구매한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없어 일각에서는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정작 시민들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독감 백신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검증도 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신이 많은 것이다.

김모(30) 씨는 "중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도 사망자가 나와서 임상 중단했다는 기사를 봤다. 국내 독감 주사 사망자도 계속 나오는데,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백신을 맞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령인 우리 부모님께는 절대 권유 안 할 것 같다. 최소 1년은 지나보고 실제로 안전성이 검증되면 그때서야 다시 생각해볼 것 같다"고 말했다.

정모(42) 씨는 "독감 백신보다도 온도에 더 민감한 백신이라 들었고, 몇 달 만에 뚝딱뚝딱 신약을 만든 건데 내 돈 내고 실험용 쥐가 되고 싶지 않다"며 "지옥철이라 불리는 9호선을 타고 매일 출퇴근 하는데도 마스크 하나로 버텼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안 쓰면 벌금까지 내기 때문에 일단 다른 나라 접종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백신이 검증되려면 10년 정도는 걸리는데 이렇게 빨리 만들어서 믿음이 가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한다는 학설도 나오고 있는데 지금 나오는 백신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서울 지역 맘카페에는 '코로나 백신이 곧 나온다'는 게시글에 "신중하게 해야 한다. 어른들부터 맞고 아이들은 나중에 접종해야 한다", "백신 제일 빨리 나온 게 4년이라 들었는데, 막상 도입되도 누가 용기 낼까요", "우린 잘 방어하고 있다가 안전한 걸로 샀으면 한다", "독감 때 생각하면 백 번이고 신중한 게 맞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방역당국도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 국민들이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물량 확보 노력과는 별개로 백신의 안전성, 특히 접종 후 부작용 상황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상황을 최소 50만 내지 100만건 이상 지켜보면서 부작용을 좀 더 확인하고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사태에 침착하게 천천히 대비하면서 예방접종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까지는 지역별·국가별·인종별 등 6~7단계의 방대한 임상시험을 거쳐 수십 년이 걸린다. 반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임상에 착수한 지 1년도 안 돼 긴급사용승인(Emergency Use Authorizations)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앞두고 있다. FDA는 보건안보의 위기상황에서 급히 필요한 진단기기, 치료제 등의 규제를 풀고 긴급사용승인을 내준다. FDA의 승인은 사실상 전세계 어디에서나 특별한 절차 없이 출시가 가능하다.

 

ur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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