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최근까지 폐기물 배출업자에 1억원 금품 챙겨 구속
탄원서에는 "청렴하고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공직자"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지역 폐기물 처리업자와 유착관계를 맺고 수년 간 억대의 금품을 챙긴 혐의로 최근 구속된 경기 고양시 공무원에 대해 동료 직원들이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해당 탄원서에는 해당 직원에 대해 다수의 포상을 받은 점, 법 없이 살 수 있다는 주변의 평가 등을 담고 있어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고양시청 전경.[사진=고양시] 2020.11.18. lkh@newspim.com |
18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각 부서와 주민센터 등에 A(6급) 씨에 대한 탄원서가 배포되고 있다.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평소 알고 지내던 폐기물 배출업자 B씨에게서 업체 법인카드와 현금 7000여만원 등 모두 1억원여원의 금품을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로 지난 2일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A씨는 B씨 업체의 폐기물 불법 매립 등 각종 불법행위를 눈 감아주고 행정조치를 받지 않도록 하고 이 대가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실은 B씨가 최근까지 석재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기물 40만8400t을 수도권 농경지 18곳에 불법매립한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나게 됐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B씨에게 돈을 빌렸을 뿐"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확인되지 않은 동료 직원이 탄원서를 작성해 시청과 구청, 주민센터 등에 배포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탄원서에는 "A씨는 18년 간 격무부서 위주로 근무하면서 공직자의 신념을 잃지 않고 누구보다 올바르게 공직업무에 긍정적으로 밝고 건전한 자세로 임하여 바른 자세로 일을 처리한 공무원으로 공로를 인정 받아 고양시 높빛누리 공직자상, 국무총리상, 경기공직대상 등 다수의 포상을 받은 바 있다"고 적시했다.
또 탄원서에는 "동료 선후배들이 법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으로 훌륭한 인품을 가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며 "효자라고 칭찬이 자자한 외아들이자 성실한 집안의 가장"이라고도 평가했다. 그러면서 A씨가 훌륭한 공무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선처를 바란다고 끝을 맺었다.
이같은 탄원서를 받아든 일부 공직자들은 탄원서 내용이 다소 황당하는 입장이다.
한 공직자는 "수년 간 불법사실을 눈감아 준 혐의는 어느 정도 입증이 된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대가로 1억원이 넘는 돈을 챙겼는데 법 없이도 살수 있다거나 공직자의 신념을 잃지 않았다는 문구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직원에게 그동안 수많은 표창을 준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 하고 자성해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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