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월 29일 기소…아직 공소사실·증거 의견도 못 밝혀
재판부, 검찰에 증거 분리 지시…피고인들은 '공소장 일본주의' 주장
[서울=뉴스핌] 고홍주 기자 =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송철호 변호사를 울산시장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 사건 기소가 9개월이 지난 가운데, "공소장 기재가 불분명하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새롭게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13명에 대한 5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역시 앞선 기일과 마찬가지로 사건에 대한 의견은 밝히지 못한 채 또 다시 검찰과 변호인들이 설전을 벌이면서 공전했다.
또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새롭게 제기됐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관에게 선입견을 줄 수 있는 기타의 서류나 증거물을 제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말한다.
[울산=뉴스핌] 남경문 기자 = 송철호 울산시장[사진=울산시청]2019.11.14 news2349@newspim.com. |
지난 1월 기소 이후 백원우 전 청와대 비서관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한병도 전 정무수석 측 변호인들이 보도자료를 통해 "공소장에는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을 통해 대통령이 선거개입에 관여했다는 인상을 주려는 표현이 상당부분 포함돼 있다"고 주장을 했으나, 법정에서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장 전 행정관 변호인은 "공소장에는 '청와대 윗선이 개입됐다'는 것 아래 하명수사나 산재모병원 등 사건이 연결되어 공모됐다는 취지가 그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가 1월 29일 제기됐는데 10월 30일에 와서 공소사실이 모호하다고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주장의 내용이나 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증거기록을 피고인 별로 분리해달라는 변호인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검찰 측에 "최대한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정된 증거목록을 주면 다음 기일에 증거 동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주고, 공소사실과 무관하면 무관하다고 특정을 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가능한 한 다음 기일에 준비 절차를 종결하고 정식 재판 절차로 넘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12월 21일 열린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020.01.09 mironj19@newspim.com |
앞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당시 김태은 부장검사)는 지난 1월 29일 이들이 문재인 대통령 측근인 송철호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김기현 전 시장 측근을 '하명수사' 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송 시장은 2017년 9월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게 수사를 청탁하고 송병기 전 울산부시장은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하던 문모 행정관에게 김 전 시장 측근들의 비위정보를 제공해 이를 재가공한 범죄첩보서를 만들게 했다.
이후 백원우 전 비서관이 이를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청과 울산지방경찰청에 순차적으로 하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또 황 전 청장이 당시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관들을 인사조치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공공병원 설립'을 송 시장의 핵심 공약으로 선정하기 위해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송 시장과 송병기 전 부시장은 선거공약 유치를 위해 2017년 10월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게 전임 김기현 시장의 공약이었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늦춰달라고 부탁했고, 장 전 비서관이 이를 수락했다는 것이다.
또 한병도 의원에 대해서는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 참여하려던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공기업 사장 등 직을 제공하겠다며 출마 포기를 권유한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밖에도 송 시장의 선거공약 수립과 후보자 TV토론 자료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울산시청 내부 자료를 유출하고, 송 시장의 측근을 정무특보로 채용하기 위해 면접질문 등 시험지를 유출한 울산시청 직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을 일괄 기소하면서 공범들에 대해서는 총선 이후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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