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별 괴리 커...ESG 평가 일치도 60% 안팎
"평가기관 성격 달라, 정보 소싱 통일 노력"
ESG 채권 평가체계 마련 필요성도 제기돼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국내 금융지주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활동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평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관별로 평가체계가 달라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4분기 ESG 평가에서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각 부문에서도 모두 A+를 줬다. KCGS는 등급은 S, A+, A, B+, B, C, D 총 7등급으로 구분하는데,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을 부여한 셈이다.
신한금융은 통합등급으로 A+를 받았으나 'S'부문에서 A등급을 받으며 2등에 머물렀다. 하나금융은 전체 부문에서 A등급을 받았다.
주요 시중은행 사옥 [사진=각 사] |
반면, 글로벌 평가기관인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은 신한금융에 AA 등급으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KB에는 한 단계 낮은 A등급을 줬다. 하나금융은 BBB을 받았다. MSCI 평가체계는 CCC, B, BB, BBB, A, AA, AAA로 총 7등급으로 나뉘며, AA부터 상위등급으로 친다.
ESG가 기업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ESG 평가에 뛰어드는 기관은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사들의 중장기 전략에 ESG가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ESG 점수는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그러나 평가기관이 늘어나는데 등급체계와 평가방법이 제각각이라 오히려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IT 연구 결과 ESG 평가기관들의 동일 기업에 대한 점수 일치도는 61%밖에 되지 않는다. 기존 신용평가 시장에서는 일치도가 99%인 점을 감안하면 괴리가 크다. 영국 스톤헤지 플레밍 투자운용의 모나 샤 이사는 "ESG 평가는 주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평가 기관이 사회적 이슈를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지 혹은 탄소배출량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지에 따라 평가 방식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결국 국내 ESG 평가 체계의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김진성 KCGS팀장은 "KCGS, 대신경제연구소 등 국내 평가기관들의 성격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일방적인 제안을 통한 합의는 어려울 것 같다. 대신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이 정보를 이용하면서 니즈를 보여주면 그 방향에 맞추는 식이 될 것"이라며 "해외에서도 평가기관들이 정보 소싱을 통일성있게 가져가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국내도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아가 ESG 채권 자체에 대한 평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국제 기준에 따르면 외부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ESG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ESG 채권에 등급을 따로 매기지 않고 회계법인이 채권이 발행되면 그때 그때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 중 유일하게 한국신용평가가 ESG 채권 등급 평가를 개시했다.
최근 공공기관과 금융지주들을 중심으로 ESG 채권 발행시장은 커지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원화 ESG채권 신규 발행액은 2018년 1조2500억원에서 2019년 28조330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 20일엔 KB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중 최초로 원화 형태로 5000억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KB금융은 증권사, 보험사, 공제회 등 ESG 채권 발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에 힘입어 당초 계획보다 발행액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김형오 한국신용평가 ESG TF 이사는 "국내는 아직 초기 단계라서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페이버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장의 관심도 많이 높아지고 ESG 투자와 지속가능채권 발행도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