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취리히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로 사용돼 온 렘데시비르(remdesivir)가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는 데 유의미한 효과가 없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에 렘데시비르 개발사인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다.
길리어드는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WHO의 데이터에 일관성이 부족하고 결론이 성급하게 내려졌으며 다른 연구가 이를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렘데시비르 [사진=로이터 뉴스핌] |
WHO는 15일 렘데시비르 외에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인 로피나비르, 인터페론(interferon) 등 4가지 약물의 코로나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측정하는 연대 임상 시험(Solidarity Trial) 결과 4가지 약물 모두 환자의 치명률을 낮추거나 회복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큰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다.
WHO는 전 세계 30여개국에서 1만1266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실시했다. 연대 임상 시험은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를 찾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길리어드는 1062명의 환자를 위약군과 대조 실험하는 등 다른 임상 시험에서는 회복기간 단축 효과가 명백히 증명됐다며 WHO의 발표에 반박했다.
그러면서 "WHO의 임상 시험은 지역과 환자마다 다른 환경에서 이뤄져 결정적 결론을 내리기 어렵고, 다른 과학자들로부터 검증을 받지도 못했으며, 결론이 성급히 내려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무작위 피험자를 대상으로 통제된 환경에서 실시한 다른 시험은 동료 심사 등을 통해 충분히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WHO 측은 외부 통계학자를 내세워 렘데시비르에 대한 WHO의 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WHO의 연대 임상 시험 데이터를 검토한 외부 통계학자인 리처드 페토는 16일 기자들에게 "의문을 제기하려는 주장이 있겠지만 WHO의 데이터는 신뢰할 수 있는 결과"라고 명시했다.
렘데시비르는 체액으로 전염돼 고열과 출혈,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을 보이는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로,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신속하게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부각됐다.
렘데시비르는 지난 5월 1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사용할 수 있는 긴급 승인을 받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치료에도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연구에서는 회복기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럽연합(EU)은 신장 손상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지난 4월 미국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렘데시비르가 코로나19 치료의 기준이 될 것"이라 예상한 바 있다.
WHO의 연대 임상 시험 대상 중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로피나비르는 지난 6월 이미 효과가 없음이 증명돼 사용이 중단됐으나, 렘데시비르와 인터페론은 전 세계 30개국의 500개 이상의 병원에서 여전히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주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는 WHO가 단일클론 항체와 면역조절제, 새로운 항바이러스제 등 다른 치료제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리제너론이 트럼프 대통령 치료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단일클론 항체를 개발 중이며, 미국 일라이릴리의 항체 치료제는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임상시험이 잠정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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