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통 "제재·코로나로 밀수출 막혀"
"무역선 타던 주민들 생활고 시달려"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북한의 국가무역회사들 중 상당수가 대북제재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폐업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 투자 공장들도 대부분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한때 국가무역으로 명성을 떨치던 국영무역회사들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며 "대북제재에다 코로나19 사태로 밀수출까지 막혀 곧 망할 지경"이라고 전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를 잇는 '조중친선다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함경북도의 한 간부소식통은 "원래 청진시에는 도무역국산하의 동해해운회사와 국제련합무역회사에 소속된 무역선이 여러 척 있었다"며 "
하지만 2017년 이후 유엔의 경제제재가 강화되면서 무역선들이 출항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기구의 감시망을 피해가며 다른 나라들의 삯짐을 날라주던 벌이마저 끊겨 항(구)에 정박한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몇몇 힘 있는 기관에 소속된 대형무역회사를 제외한 국가무역회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특히 명성이 높던 각 도 소속 무역회사와 내각 소속 무역회사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며 "유엔 대북제재의 와중에도 작은 철선이나 목선으로 가까운 연안에서 낙지를 잡아 중국에 물물교환으로 밀수출하던 것마저 코로나19 사태로 막혀버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때 주민들의 부러움을 사던 무역회사들이 지금은 돈벌이를 할 수 없는 유령회사가 돼 버렸다"면서 "앞으로 계속 유엔의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아 무역선이 움직이지 못한다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무역회사들도 곧 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의 또 다른 간부소식통은 "요즘은 도무역국소속이거나 무역선을 타던 주민들이 오히려 일반 주민보다 더 생활고를 겪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른 시일내에 대북제재와 코로나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무역이 재개되지 않는다면 무역회사는 문을 닫고 무역선은 파철(고철)로 팔아야 될 형편"이라고 말했다.
평양 시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는 시민들. 2020.04.28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소식통 "국경봉쇄로 中 원자재 공급 차단…북한 내 가공무역 잠정 중단"
코로나19로 인한 북중 국경 봉쇄로 중국이 투자한 북한 내 공장들도 대부분 가동이 멈췄다.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지난 5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원재료 공급이 차단되는 바람에 북한 내 가공 무역이 잠정 중단됐다"며 "북중 접경지역 경제가 최근 많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북중 접경지역 경제상황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RF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인 투자자들은 북한에 들어가 공장 및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있는 중국 관리자들을 철수시키고 싶어도 언제 다시 북한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부 중국 투자자들은 북한으로부터의 완전 철수도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당 창건일 이후 국경봉쇄가 일부라고 풀릴 것이란 기대를 갖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북중 국경봉쇄 해제로 인한 원재료 공급과 그로 인한 북한 공장의 재가동은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국장은 "북한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제한된 가공 무역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상적인 재가동을 위해서는 백신이 필요하다. 중국이 그 백신을 개발했다고는 하지만, 정상적인 실험을 거치지 않은 중국의 백신을 북한이 얼마나 신뢰하고 주민들에게 접종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