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되는 가운데 2021년 지구촌 주택시장이 하강 기류를 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주요국이 경제 봉쇄와 이동 제한을 재개, 실물경기 한파가 지속되는 한편 주택시장으로 충격이 확산될 여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내년 전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상당수의 집값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못 미치거나 하락 리스크를 맞을 것으로 시장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사진=로이터 뉴스핌] |
미국 부동산 시장의 지존으로 통하는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경기가 얼어 붙는 등 시장 한파가 이미 가시화됐다는 지적이다.
로이터가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수급 불균형을 앞세워 팬데믹 사태에 저항력을 보인 전세계 부동산 시장이 내년 기류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르면 내년 초 코로나19 백신이 승인될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미국 정치권이 추가 부양책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년 부동산 경기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123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60%를 웃도는 응답자가 내년 전세계 주요 주택시장의 수요 위축과 가격 하락 리스크를 경고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을 결정, 제로금리를 장기화할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내년 신용시장 여건이 악화될 여지가 높고, 임대 목적의 주택 매입 수요가 크게 줄어들면서 시장 전반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브렌트 캠벨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내년 상당수의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둔화되거나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며 "팬데믹 사태로 인한 대규모 실직 사태와 월세 및 모기지 대출금 체납에 따른 파장이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을 강타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떨어지면서 이론상 부동산이 매력적인 대체 투자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실물경기 하강 기류에 따른 타격이 이보다 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와 함께 미국 경제의 더블딥 침체 리스크와 신규 고용 부진이 주택 시장에 커다란 악재로 지목됐다.
지난 9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66만1000건으로 둔화,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대규모 감원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전망도 흐리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2.0% 가량 상승한 영국 주택 가격이 내년 내림세로 돌아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캐나다 역시 주택 가격 상승폭이 내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실직자가 크게 늘어나는 데다 이민 인구 유입이 대폭 줄면서 주택시장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주요 지역도 마찬가지. 시자아 전문가들은 특히 인도와 호주의 집값이 내년 뚜렷한 하강 기류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크게 치솟은 실업률과 가라앉는 소비자신뢰 및 2차 팬데믹에 대한 우려까지 각종 지표가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이미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는 모습이다. 특히 대도시의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에서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콤패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맨해튼 아파트 구매가 46% 급감했다. 매물로 나온 아파트 물건이 1만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별도로 밀러 사뮤엘과 더글러스 엘리먼의 보고서에 따르면 맨해튼의 초고가 아파트 매매가 완료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년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주택 한파가 두드러지면서 맨해튼의 건물주들은 연말까지 월세를 면제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세입자 확보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하지만 전망은 흐리다. 주요 기업들의 감원과 함께 재택 근무가 연장되면서 대도시의 주택 수요가 구조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