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경영계 걱정 '엄살'로 치부하면 안돼"
"여야·기업·정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신중하게 논의해야"
[서울=뉴스핌] 김태훈 기자 =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정경제 3법에 대해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가 아니라 근거에 기반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지만 굉장히 다양한 조항과 쟁점을 가진 법안들에 대해 간단히 찬반 입장을 가지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윤희숙 페이스북 캡쳐] |
윤 의원은 "기업규모나 총수일가 영향력 등 힘의 논리에 의해 시장이 경쟁과 거래관행이 왜곡되는 것을 시정한다는 취지에 적극 찬성"이라면서도 "반면 기업의 경영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된다는 경영계의 걱정 역시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를 명문화 한 만큼 공정경제 3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윤 의원은 총론에서는 찬성이지만, 재계와 경제계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윤 의원은 "국민 누구도 우리의 기업이 법개정 때문에 시장경쟁력을 상실하길 바라지 않는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기업은 우리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의 미래를 밝히는 주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시각에서 걱정되는 점은 실증적 근거에 기반해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대표적으로 경영계의 걱정을 가볍게 '엄살'로 치부한다거나 개정안의 내용이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 예전부터 여야가 하던 얘기다 등의 논지는 별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영계는 주요 쟁점에 대해 나름 자료를 만들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것인지 우려를 호소한다"며 "반면 개정안을 만든 정부와 여당은 이런 우려를 검토해도 여전히 주요 쟁점의 조항이 필요하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고압적인 태도"라고 일갈했다.
윤 의원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조항으로 기업의 가장 깊숙한 정보들이 노출되고 경영권 공격에 활용될 것이라는 기업의 공포에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근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며 "일감몰아주기 규제 일환으로 지분율 조건을 강화시키면 갑자기 주식시장에 쏟아지는 지분이 가져올 효과가 무엇일지 등 심각한 우려들에 대한 반응도 없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공정경제 3법의 큰 틀에서는 찬성하지만, 속전속결로 쟁점조항들을 통과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이 죽기살기로 버티고 있는 국면에서 이렇게 기업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들이 정부에 의해 제기된 것은 심히 유감스럽지만, 신중한 논의를 진행한다면 이 위기가 지나갔을 때 우리 경제를 더 건강하고 활력있게 붇돋을 수 있을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꾸로 말하자면 위기 한 가운데 관계자들의 근거 제시와 이해 없이 쟁점조항들을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는 것을 부적절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며 "게다가 '공정의 추구를 더 미룰 수 없다는 듣기 좋은 말에도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의원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정의 가치가 가장 짓밟히는 영역은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라며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이 악화된 지 한참 됐지만 공정의 가치를 내건 정부는 단기알바성 일자리를 재정으로 만드는 것 말고는 어떤 조치도 취한 적 없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변화한 기업환경에 대한 단단한 이해 속에서 고집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해 신중하게 논의한다는 원칙 위에서 여야와 기업,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 용어설명
*공정경제3법 : 정부는 지난달 25일 경제민주화 대표 법안인 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상법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감사위원분리 선임,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이 명시됐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정한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경우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비지주 금융그룹까지 모두 감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소속 금융회사가 금융업 등 두가지 이상을 영위하고, 금융사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금융그룹 가운데 감독 실익이 있는 그룹을 '금융그룹'으로 지정, 각종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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