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좌초산업 '전락'…석화·배터리 등 신사업 정착 시간 걸려
"전 세계적 뉴딜 바람'…향후 20년 화석연료 중추적 역할할 것"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대표적 국가 기간산업으로 꼽혀온 정유산업이 위기다.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에 따른 구조적인 석유수요 감소도 걱정인데 코로나19, 유가급락 등 외부적 요인으로 '적자의 늪'에 빠졌다.
급기야는 '좌초산업'이라고 낙인 찍히며 체면을 구겼다. 저탄소 사회로 전환을 하는 과정에 '기존 산업(정유산업 등)'이 '좌초'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서도 정유업계의 정유사업 비중이 눈에 띄게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국내 정유사들이 기준으로 삼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배럴당 -0.9달러로, 한달 만에 마이너스로 주저앉았다. 정제마진은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해오다 8월 둘째 주부터 플로스로 돌아섰다. 사실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로 그밑으로는 팔아도 손해다.
미국 셰일오일 생산 중심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원유 펌프 [사진=로이터 뉴스핌] |
수년 전부터 업계에서는 정유산업 자체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판단하며 사업 다각화를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 윤활유, 배터리 등의 비중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정유 4사의 정유업 매출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정유사업을 유지해 나가며 신규 투자를 석유화학, 배터리 등 신사업에 집중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석탄, 원자력 등 기존의 발전산업에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에너지 전환을 하는데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20~30년은 화석 연료가 중추 에너지 역할을 지속할 것이란 판단이다.
휘발유·경유 등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차가 전기·수소차로 대체되는데도 최소 10년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육성하는 전기·수소차의 경우 2025년까지 133만대를 공급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자동차 누적 등록대수는 2367만대로 전기·수소차는 목표를 달성해도 5%에 불과하게 된다.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대책으로 꼽히는 서울시의 그린뉴딜 정책도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의 신규 등록을 금지하고 2050년 서울 시내 운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담겼다. 유럽 내에서는 2025년 이후로 노르웨이를 시작으로 주요 국가들이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
문제는 정유업의 수익성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급속한 소비 위축, 악화된 정제마진 등에는 해법 자체가 없다"면서 "정유업계가 이동 수요 위축, 산업생산 위축 충격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3분기가 2분기보다 더 안좋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유가가 40달러에서 30달러로 또 떨어져 이대로라면 재고평가손실이 상당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석유산업 태동하고 60년이 지났는데 1차·2차 오일쇼크,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면서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