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에쓰오일, 대주주가 원유회사…석유화학 비중 '키워'
SK이노, 배터리·소재사업으로 사업 구조재편…탈석유 적극 나서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 정유업계는 새로운 30년을 책임질 비즈니스 발굴에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유산업이 위기이며 생존방안 모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구체적 방법에 있어서는 각 사별로 전략적 선택을 달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유사별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 모회사와의 관계 등에 따라 대응 전략이 나뉜다고 분석한다. 그에 따라 미래 생존 가능성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3사, 외국자본이 '대주주'…사업 포트폴리오 영향은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 중 3사가 외국자본이 대주주를 맡고 있다.
GS칼텍스는 GS에너지와 세계적인 정유 회사인 미국 쉐브론이 각각 지분 50%를 나눠갖고 있다. 에쓰오일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가 지분의 6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71%)와 아람코(17%)가 양대주주다. SK이노베이션은 유일하게 SK그룹 지주사인 ㈜SK(33.4%)와 국민연금(11.37%)이 양대주주다.
전문가들은 대주주가 누구냐에 따라 위기 극복 전략이 상이하다고 분석한다. 쉐브론, 아람코 등 모기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은 이를 활용한 사업에 보다 집중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사진=SK이노베이션] 2020.07.12 yunyun@newspim.com |
GS칼텍스는 석유화학과 친환경 사업을,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는 석유화학과 주유소 신사업에 관심이 높다. GS칼텍스는 2022년 상업가동을 목표로 올레핀생산시설(MFC)을 짓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도 중질유 석유화학 콤플렉스(HPC)를 건설중이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1차 석유화학 프로젝트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을 완공해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석유화학' 시대의 종말을 선언하고 전기차 배터리, 소재사업 등으로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최근 영문 사내뉴스채널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친환경·그린 가치를 새로운 성장 비전으로 삼지 못하면 미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석유화학 기업의 한계인 환경 문제를 어떻게 성장 비젼으로 만들 것인가가 핵심 고민"이라고 밝혔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원유를 생산하는 쉐브론과 아람코가 대주주로 모회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라 역할 변동이 일어나게 돼 있다"면서 "국내에서 보면 각 정유사의 대응이 다르게 보이지만 해답은 정해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유, 석유화학을 어떻게 빨리 다른 비즈니스로 대처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각 선택에 따른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주력인 석유산업에서도 경쟁력 높여야
정유업계에서는 주력 사업인 석유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으로만 따지면 본연 사업에서 돈을 못 벌면 힘들다"고 주장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의 사업부문별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매출액 기준 정유사업 75.1%, 석유화학 17.1%, 윤활기유 7.8%의 비중을 차지했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에서 각각 911억원, 1033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정유에서 358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체 적자를 이끌었다. 나머지 3사도 형편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유4사 CI. [사진=각사] |
이에 대해 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본업인 정유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석유화학, 전기차 거점, 수소충전소 도입 등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면서도 "신사업은 그것대로 추진하되 주력 사업인 정유사업의 경쟁력도 높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에서는 가장 먼저 조세 관련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정유사들은 벙커C유를 고도화 할때 개별소비세를 내야 하는데 경쟁국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정제마진이 악화하면서 정유사들이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벙커C유를 정제공정 원료로 다시 투입하는데 이때 ℓ당 17원의 개별소비세가 부과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국 일본의 경우 벙커C유에 세금을 적용하지 않아 비용 경쟁력이 높다"면서 "결국 이런 세금들이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조금씩 뒤쳐지게 만드는 제도로 이런 것들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정유사,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재편…국내 정유사는
일부에서는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재편에 나선 글로벌 정유사들의 움직임에서 해법을 모색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정유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최근 자사의 석유화학 사업을 영국 이네오스(INEOS)에 매각하고 친환경 에너지사로 변모를 선언했다.
하지만 글로벌 정유사와 국내 정유사는 회사별 사업 포트폴리오, 규모, 나라별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2020.07.27 yunyun@newspim.com |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BP는 종합에너지회사로 다양한 에너지원 다루니 사업을 여러 에너지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 "우리 나라로 얘기하면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석유공사를 다 합친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정유사들은 가스, 전력 등에 진입할 수도 없고 정유사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하기에는 국내 재생에너지 사업규모가 너무 작다"고 덧붙였다.
과거 국내 정유4사 가운데 에쓰오일이 태양공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투자금만 날리고 손을 턴 경험도 있다. 에쓰오일이 2011년 3000억원을 들여 태양광 포리실리콘 생산업체인 한국실리콘 지분 약 33%를 인수했지만 이듬해 태양광 시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며 사업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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