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배터리 산업…국내 배터리사 글로벌 경쟁 직면
"기술 장벽 쌓아, 유럽·중국 등 후발주자 기술 탈취 막아야"
"인력 부족 문제 양사 공통의 과제…적대 아닌 함께 풀어야"
[편집자주] 미국과 한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특허 등 기술침해와 관련한 법적공방을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간 갈등은 법적공방에 이어 장외 진실게임까지 불꽃전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최근 갈등의 핵심 쟁점은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측 기술인력 빼가기와 이에 따른 '994특허'에 대한 기술 도용 문제입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기술을 탈취하고 이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K-배터리 기술'을 자랑하는 우리 기업간 기술침해 공방. 전 세계 관련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의 전기차 배터리 갈등이 정점에 달하고 있다. 양사간 법적공방과 더불어 장외전마저 격화되는 양상이다. 양사간 공방은 언제쯤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까.
일단 관련업계에서는 미국 ITC의 최종 판결이 예정된 다음달이면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갈등이 마무리되더라도 전 세계 배터리업계에 미칠 파장을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현재 급격하게 성장중이다. 올해 약 40조원에서 2025년 약 180조원 규모로 커져 메모리 반도체(170조원) 시장을 넘어서는 차세대 먹거리로 평가된다.
양사와 더불어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앞선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3사 중에 LG화학은 배터리 사용량 기준 올해 상반기 세계 1위를, 삼성SDI는 5위, SK이노베이션은 6위를 차지하는 등 톱10에 안착해 있다.
현재 3사가 대량 수주를 바탕으로 공사 신·증설을 진행중인 물량까지 포함하면 올해 안에 톱5 진입은 무난할 것이란 평가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2020.09.10 yunyun@newspim.com |
이처럼 성장성이 큰 만큼 배터리 수성의 핵심인 기술경쟁은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업계에서 '피를 말리는 경쟁'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술력은 곧 세계시장 수성과 맞닿아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중국, 일본과의 기술 경쟁은 한국 배터리 3사에게 큰 위협이다. 특히 배터리3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이들 국가의 '자급자족' 움직임 확산 등도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사의 기술침해 법적공방을 보는 업계의 시각은 나뉜다. 양사간 원만하게 해결해 불안요소를 털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이번 소송을 통해 해외 경쟁사들의 인력빼가기 행태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업계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하이니켈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등으로 기술 진화를 고민중이다. 기술 경쟁에 집중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양사가 법적공방에 집중하다 국제 경쟁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실제 최근들어 전세계 전기차 1위 브랜드인 미국 테슬라가 중국 최대 배터리 업체인 CATL과 '100만 마일 배터리'를 독자개발하기로 해 업계의 비상을 관심이 쏠리고 있다.
CATL은 LG화학과 글로벌 1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경쟁사이고 테슬라는 LG화학의 주 고객사다. 오는 22일로 예고된 테슬라의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자체 배터리 개발 계획을 발표할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또한 독일 BMW·폭스바겐, 일본 토요타 등 완성체 업체들도 자체 배터리 생산을 위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웨덴의 노스볼트는 폭스바겐과 합작을 통해 독일에 연산 16GWh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고 프랑스 배터리 스타트업 베르코어도 16GWh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기술 경쟁을 위해 해외 경쟁사들의 인력빼가기 행태에 확실한 경고를 줘야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에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가 폭스바겐과 합작을 통해 독일에 연산 16GWh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노스볼트는 홈페이지 회사 연혁에 30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연구원이 자사에 일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배터리 연구팀이 처음 구성됐던 지난 2017년의 상황에 대해 '한국인과 일본인 직원 등이 자사의 배터리 기술 로드맵 구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해 왔다.
노스볼트는 올해 초 해당 내용을 슬그머니 삭제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과 유럽 기업 간 기술력 차이가 단 시간에 좁혀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한다. 다만 노스볼트의 사례와 같이 국내 배터리사들의 숙련된 인력들을 통해서라면 그 기간을 상당부분 단축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을 따라잡기 위해 현재 국내에서 받은 연봉의 3~4배를 제시하며 한국 연구원들에게 이직은 제안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2017년 SK이노베이션이 100명의 대규모 인력을 빼나가면서 핵심 기술을 도용했다고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의 공세도 이런 맥락에서 강경할 수밖에 없다.
LG화학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기술 장벽을 굳건히 쌓고 우리의 기술력을 보호받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중국 업체들은 물론 해외 경쟁사들의 인력빼가기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 결은 다르지만 일부분 공감을 표하는 부분도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와의 분쟁이 배터리 산업 내 인력부족 문제와 맞닿아 있다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인력부족 문제를 경쟁사 간의 적대가 아닌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공통과제"라고 맞섰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