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도 채 안 되는 좁은 공간에 모여 다닥다닥
전문가 "감염자 다녀가면 비말 묻어 전파 우려 커"
방역당국, 뒤늦게 실내흡연실 운영중단 지침 마련 중
[서울=뉴스핌] 이정화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서울시가 지난 24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카페 등에 마련된 실내흡연실은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숨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담배를 피우는 과정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방역당국은 실내흡연실을 통한 집단감염 우려가 제기되자 뒤늦게 관련 지침 마련에 나섰다.
27일 뉴스핌 취재 결과 카페 등에 설치된 실내흡연실과 관련한 방역당국 차원의 명확한 지침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와 흡연 시 대화 자제 등 기본적인 권고만 있는 수준이었다.
'실내흡연실 폐쇄' 권고 전, 한 실내흡연실을 이용하는 흡연자들 모습. [사진=수원시] 2020.08.24 jungwoo@newspim.com |
카페, 식당 등에서도 음식물을 섭취하거나 음료를 마실 때 외에는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의무착용이 처음 시행된 지난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는 3.3㎡가 채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 50~60대 남성 3명이 담배를 피우며 대화하고 있었다. 서로 간의 간격은 1m가 채 되지 않았다. 상가건물 지하 1층에 위치한 카페 흡연실에는 환풍기 1대만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26일 찾은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 역시 3.3㎡가 채 되지 않은 공간에 환풍기도 없이 흡연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흡연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문을 열기 전부터 마스크를 턱에 걸쳐 쓰는 일명 '턱스크' 상태였다.
이날 카페를 방문한 한 시민은 "흡연실이 완전히 밀폐된 공간도 아니고 실내에 설치돼 있으니 담배 냄새는 물론 당연히 공기가 조금씩 빠져나올 것 같아 불안하다"며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만 봐도 화가 나는데, 흡연실 있는 카페는 되도록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카페 내부에 설치된 흡연실은 공기가 순환할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두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밀폐된 공간에 작은 환풍기만 설치된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전문가들은 흡연을 하는 동안에는 마스크 착용이 불가능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위험을 수치화할 순 없겠지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숨을 밀어내는 상황에다 여러 명이 한 공간에 모여서 흡연을 하다 보니 감염 우려가 크다"며 "비단 흡연실뿐만 아니라 실내에 여러 명이 모여있는 상황 자체를 피해야 한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흡연실 안에서 흡연을 하고 기침, 재채기를 할 경우 흡연실 내부에 비말이 묻게 돼 그다음 사용자들이 감염될 수 있다"며 "지금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했을 때 흡연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실내흡연실과 관련해 타인과 2m, 최소 1m 거리두기 유지, 흡연 시 대화 자제 등 외에 별다른 권고 조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실내흡연실 운영을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거리두기 지침 개정에 나섰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현재, 카페와 음식점 등의 실내흡연실에 대해 운영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거리두기 지침을 개정 중"며 "심의와 의견수렴 등이 필요해 언제라고 특정하긴 어렵지만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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