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장병 스트레스 관리 지침 마련했지만…지난 휴가 통제 때와 동일
장병들, 온라인서 불만 토로 속출 "군인인 게 죄다"·"금전적 보상해라"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300명을 돌파하면서 재확산세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군 당국은 전군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고 휴가를 잠정 중지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휴가가 전면 통제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장병들이 또 다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8일 "19일부터 31일까지 전군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하며 ▲휴가 잠정 중지 ▲외출 및 외박‧면회 통제 ▲영외 군 종교시설 운영 중지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역 전 휴가나 병가 등에 의한 청원휴가, 지휘관 승인 휴가, 병원진료 목적 외출 등은 제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뉴스핌DB] |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월에도 전군을 대상으로 휴가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이 조치는 2개월 만인 4월에 해제됐지만, 장병들은 언제 해제될지 모르는 휴가 통제 조치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해소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여기저기서 장병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휴가 통제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라'는 청원이 올라오는가 하면 군 장병들이 모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군인인 게 죄다", "내일 휴가 나갈 예정이었는데 억울하다"는 등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정부의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이 완화된 지난 4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천에서 외출 나온 육군 장병들이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고 있다. 2020.04.25 dlsgur9757@newspim.com |
◆ 국방부 "예외적 휴가 허용 지침 마련‧추가 대책 마련 예정"…장병 스트레스 관리엔 역부족
국방부는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장병 휴가를 통제하면서 여러 장병 스트레스 관리 지침을 마련, 시행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체력단련 시간 확대 운영 및 체력단련장 이용시간 확대 ▲체육행사 및 각종 경연대회 개최 ▲삼겹살 데이 운영 ▲장병 선호 급식 추가 편성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 및 군종장교에 의한 장병 상담활동 강화 ▲휴대전화 사용시간 확대 및 한시적 영상통화 허용 등이 실시됐다.
국방부는 당시 이같은 조치에 대해 "장병 스트레스 관리에 있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침을 통해 출타통제와 연계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등 스트레스 관리 지침에 의한 부대별 노력에 의해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휴가 통제 당시 장병들은 "군 당국의 스트레스 관리 지침이 효과가 없다"며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지난 3월 육군 모 부대 소속 한 장병은 뉴스핌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국방부의 출타 통제로 인한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여자친구나 부모님, 친구들과 만나지 못해 장병들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며 "언론에는 장병들이 (군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결하고 만족스럽게 지낸다고 나왔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군 모 부대 소속 또 다른 장병은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군에서는 병사들한테 맛있는 것 먹이면 스트레스 줄어드는 줄 아는데,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이게 가축이랑 다를 바가 뭐냐'는 얘기도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뉴스핌] 백인혁 기자 =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국방부가 전 부대 휴가를 2주간 잠정 중지한다고 밝힌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 위치한 국군장병라운지에서 국군 장병들이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다. 국방부는 "전국적 감염 확산 상황을 고려해 기존 수도권과 부산 지역 부대에 적용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전 부대로 적용키로 했다"면서 8월 19일부터 31일까지 전 장병의 휴가를 2주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역 전 휴가와 병가 등에 의한 청원휴가, 지휘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휘관 승인 하에 휴가 시행이 가능하다"면서 외출도 원칙적으로 통제되지만, 병원 진료는 필요한 경우 지휘관 판단하에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0.08.18 dlsgur9757@newspim.com |
하지만 국방부에 확인해 본 결과, 이번 휴가 통제 상황에서 시행 중인 군 당국의 장병 스트레스 관리 지침이 지난 휴가 통제 상황에서 시행됐던 것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관계자는 '지난 휴가 통제 때와 다른 대책이 마련된 것이 있느냐'는 질의에 "개인적인 긴요하고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지휘관 판단 하 휴가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예외지침을 포함해 출타통제 지침을 마련했다"며 "출타통제로 인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양한 부대 활동을 시행중이며 각종 사기진작 방안 등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국방부는 지난 번 휴가 통제 조치 때와는 다르게 예외적으로 휴가를 나갈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고, 휴가 통제 조치 시행 기간을 명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유동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장병 휴가 통제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추후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휴가 통제 조치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은 사회와 달리 코로나19 감염 유입 시 집단 감염으로 확대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서 상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유사시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임무와 함께 장병들의 건강과 안전 보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군인복무기본법에 의거해 출타통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 감염 유형과 예측 불가능한 확산 추이 등을 고려해 향후 코로나19 상황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출타통제 해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