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닷새째...벨라루스 정부, 이례적 공개 사과
내무부 "시위자 석방 시작, 조만간 모두 풀려나"
발트3국·폴란드, 정부에 "국민과 대화 시작" 촉구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독립국 벨라루스에서는 최근 6연임에 성공한 현직 대통령의 독재 체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닷새째 벌어졌다.
치안 부대의 시위대 과잉 진압 문제를 놓고 유럽연합(EU)이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기업들도 들고 일어나는 등 시위가 연일 확산하자 정부가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를 발표했다.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여성 시위 참가자들이 꽃을 들고 치안 당국에 비폭력을 호소하고 있다. 2020.08.13 [사진= 로이터 뉴스핌] |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대통령선거 투표 종료 직후부터 시작된 대규모 시위는 이날로 닷새 째에 접어들었다.
이날 시위 인원은 총 수만명으로 추산됐다. 치안 부대의 과잉 진압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수도 민스크 중심부에서 여성 시위 참가자들이 꽃을 들고 비폭력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은 앞선 대선에서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현직 대통령이 압도적 표차로 6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발표되자 독재 정권에 반대한다며 즉각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위를 벌였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야권의 후보자의 선거 참여를 배제시키거나 구속하는 등 부정한 방법을 썼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의 8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두고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시위대 강제 해산 작전에 나선 치안 부대에 대한 비판이 빗발쳤다. 치안 부대는 시위자들에게 곤봉을 휘둘렀을 뿐 아니라 고무탄과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또 치안 부대가 비무장 시민을 폭행하는 모습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논란은 한층 커졌다. 전날까지 구속된 시민은 6700여명이며 사망자는 2명이다. 부상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스크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벨라루스에서 대통령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로 폭력 사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도 민스크에서 종교인들이 폭력에 반대하는 행진에 참여했다. 2020.08.13 gong@newspim.com |
기업도 시위에 동참했다. 이날 민스크 교외의 자동차 공장 직원들은 치안 부대의 철수를 요구했으며, 전날에는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진이 선거 재실시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놨다. 현 정권에 반발한 국영 언론사의 기자들의 사직서 제출 소식도 전해졌다.
시위가 확산일로에 놓이자 정부는 시위 관련 수감자들을 석방하기 시작한 한편, 이례적으로 공개 사과를 발표했다.
벨라루스 내무부는 수감자 석방을 시작해 조만간 모두가 풀려날 것이라며, 시위자들이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 재실시나 루카셴코 대통령의 직접적인 입장과 관련한 발표는 없었다.
현지 언론은 벨라루스 상원의장을 인용, 이날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위자 구속과 관련 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위에 따른 혼란의 책임을 정부 등에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가 사과문을 내놓은 것은 주변국의 입김과 EU의 제재 예고 등도 압박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웃 국가인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과 폴란드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내고, 벨라루스 정부에 국민과의 대화 시작을 촉구했다.
지난 11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대선 투표 조작 의혹과 폭력적인 시위대 단속과 관련해 벨라루스 정부에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민스크 로이터=뉴스핌] 이홍규 기자 =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야권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9일 벨라루스에서는 대통령선거가 치러졌고, 출구조사 결과 현직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압승을 거둬 6선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루카셴코 대통령의 연임에 반대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20.08.09 bernard0202@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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