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뉴욕증시의 이른바 IT 빅4의 상승 열기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아시아 기술주의 강세 흐름이 월가의 시선을 끌고 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삼성전자 등 중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IT 대형주가 기록적인 상승 흐름을 연출한 것.
이른바 '집구석 소비'가 늘어나면서 게임 업체 닌텐도의 이익이 2분기 급증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관련 업체가 반사이익을 얻은 미국 IT 종목 대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매수 열기가 달아올랐다는 분석이다.
알리바바 그룹 [사진=신화 뉴스핌] |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중국 IT 공룡 업체 텐센트 홀딩스와 알리바바 그룹 홀딩이 연초 이후 각각 48%와 24%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웠다.
특히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7120억달러로,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주도한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북의 5일 기준 시가총액 7100억달러를 앞질렀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가 최근 수 개월간 가파르게 상승하며 코스피 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 반전을 이끌었고, 대만의 반도체 업체 TSMC도 급등하며 가권 지수의 사상 최고치 랠리에 힘을 실었다.
이 밖에 중국의 온라인 음식료 주문 배달 플랫폼인 메이투안디엔핑이 올들어 104.8% 치솟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45.7% 급등했다.
팬데믹 사태 속에 일부 IT 업체가 큰 폭의 실적 향상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게임 업체 닌텐도의 영업이익이 2분기 약 430% 급증했다. 이동 제한과 경제 봉쇄 속에 쏠쏠한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게임 이외에 쇼핑과 업무, 미팅까지 온라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트렌드가 장기화되면서 관련 업체의 수익성이 확대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뉴욕증시의 IT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점도 아시아 지역 기술주 랠리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2개월 예상 실적을 기준으로 알리바바는 27.7배의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아마존이 85.4배에 거래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크게 저평가된 셈이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UOB 프라이빗 뱅크의 프란시스 탄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뉴욕증시의 단기 급등을 놓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아시아 IT 종목을 공격적으로 매입하고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적 마찰이 고조, IT 업계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 시중 자금의 이동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왔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마니시 니감 아시아 태평양 지역 IT 리서치 헤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 보이콧을 포함한 제재가 미국 IT 업계에 부정적이라는 진단에 따라 투자자들이 아시아 지역 IT 종목으로 갈아타는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의 대립각이 앞으로 더욱 크게 부각될 경우 아시아 IT 종목의 상승 탄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앞서 골드만 삭스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기술주를 축으로 한 성장주의 상승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