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로 예정돼 있는 대통령 선거일 연기 가능성을 언급, 미국을 발칵 뒤집었다. 하지만 대선 선거일 변경은 대통령 권한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발언의 저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오전 갑자기 자신의 트위터에 "보편적인 우편투표로 2020년은 역사상 가장 부정확한 부정선거가 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미국에 엄청난 수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람들이 적절하고 안전하며 무사히 투표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선거를 미룰까?"라고 적었다.
의문형 문장으로 글을 맺어지만, 일단 대선 연기론에 대한 바람을 잡은 셈이다.
미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이를 대서 특필했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트럼프가 갑자기 대선 연기를 거론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을 바꿀 권한은 대통령이 아닌 의회에 있다. 더구나 상원은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하원은 야당인 민주당이 압도적인 다수다. 게다가 오는 11월 3일은 대통령 뿐만 아니라 하원 전체와 상원 의원 3분의 1을 새로 뽑는 총선거다. 승기를 잡고 있는 민주당이 선거 연기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엘렌 웨인트라웁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선거일을 미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연기돼서도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같은 반발을 모를 리 없다. 현재의 구도에선 선거일 변경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놓쳤을리도 없다.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굳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배경에 모아져야 한다. 일단 지지층 결속이 우선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비해 10%p 이상 뒤지고 있다. 더 뼈아픈 대목은 최근 코로나19(COVID-19) 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역이 트럼프 대통령의 텃밭 또는 경합주이고, 여기에서조차 바이든에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 당장 선거가 치러진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참패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지지층을 다시 결집 시킬 반전의 계기가 절실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 연기론을 통해 지지층에게 '민주당과 바이든에게 권력을 넘겨줄 순 없다'는 위기위식을 불어 넣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위기 의식이 커질 수록 '샤이(숨은)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11월 3일 투표소로 나올 것이란 계산이다.
이와 함께 '선거 연기론'은 우편 투표 문제점과 코로나19(COVID-19) 안전 이슈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릴 수 있는 카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민주당과 바이든 부통령 측을 부정 선거를 조장하고, 코로나19 위협을 도외시한 정치 세력으로 몰아붙일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 불복을 대비한 포석이란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들어 부쩍 '우편 투표 사기' 가능성을 자주 거론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패배할 경우 이를 즉각 수용하지 않고 11월 대선 이후 정국을 혼란으로 몰고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물론 선거 연기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꼼수'다.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선거 연기론은 패배 의식을 야기하는 역효과를 낳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위험 부담을 안은 채 도박을 건 셈이다. 어차피 패색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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